남극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17일 첫 삽을 떴다. 지난 1988년 남극에 세종 과학기지를 지은 지 24년 만에 세계에서 9번째로 2개 이상의 상주기지를 가진 국가가 되기 위한 발걸음을 뗀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주성호 제2차관을 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이 장보고과학기지 건설현장에서 부지확정 기념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장보고기지는 남위 74도 동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오는 2014년 3월 완공된다. 장보고기지 건물들은 유체역학적으로 설계돼 초속 65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고 최대 60명의 인력이 상주할 수 있게 지어진다. 건축연면적은 4,232㎡로 생활동과 종합연구동 등이 우선 들어선다.
장보고기지는 남극 최북단 킹조지섬에 위치한 세종기지와는 달리 남극 본 대륙에 들어서 남극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기지가 지리적 특성상 주로 해양환경과 해저지질 등의 연구에 한정됐다면 장보고기지는 남극 대륙에 위치해 해양은 물론 대륙 생태계와 빙하 등으로 연구 범위가 넓어진다.
주 차관은 현지 기념식에서 "세종기지 건설로 남극 연구의 물꼬를 텄지만 지리적 한계로 연구 분야와 대상에 제약이 많았다"며 "장보고기지 건설로 앞으로 남극 해저지질과 해양 생물자원 등 남극해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2006년부터 남극 제2기지 건설을 위해 현지를 답사해 2010년 3월 테라노바만을 최종 후보지를 선정했다.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6월 호주에서 열리는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ATCM)에서 28개 당사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외교부ㆍ해양연구원ㆍ극지연구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최종 동의를 얻어낼 방침이다.
동의를 받으면 8월께 국내에서 기지를 시험 조립해 문제점을 점검한 뒤 올해 말 공사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현재 28개 국가가 남극에 75개(상주 39개, 비상주 36개) 기지를 운영 중이며 상주기지 운영 19개국 중 8개국(미국ㆍ러시아ㆍ영국ㆍ프랑스ㆍ호주ㆍ중국ㆍ아르헨티나ㆍ칠레)은 2개 이상의 기지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