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동부 사바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20여일째 농성 중인 필리핀 이슬람 부족과 말레이시아 정부간 대치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벌어진 총격전으로 14명이 숨진 뒤 필리핀ㆍ말레이시아 정부가 농성 중인 이슬람 부족에 항복을 촉구했으나 이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필리핀의 이슬람 술루족 지도자 라자 무다 아지무딘 키람은 사바주 라하드 다투 지역을 점거한 상태로 자신과 동료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2일 마닐라에 있는 자신의 형 자마룰 키람 3세 술탄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말레이시아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숨진 동료의 장례를 치렀다며 자신을 포함한 224명 모두가 라하드 다투에서 죽기로 했다고 말했다.
키람이 이끄는 술루족 수십 명은 지난달 9일 사바주 소유권을 되찾겠다며 라하드 다투 지역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일에는 이들을 해산시키려는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이슬람 부족 12명과 경찰 2명이 숨졌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사망한 경찰관 장례식에서 “저들은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다”라며 “가능한 한 빨리 항복하지 않으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어떤 조처를 하든 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도 술루족이 사바주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옳지 못한 길을 택했다고 비난하고 농성 중인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항복”할 것을 지시하라고 자마룰 키람 술탄에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