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공포, 금융시장 덮치다


코스피지수 62포인트 하락, 5개월만에 1,800 아래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폭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62포인트나 하락하면서 5개월만에 1,8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그리스의 연립정부 구성 실패에 따른 ‘그렉시트(Greece+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서고 있어서 적어도 다음달까지는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4ㆍ11ㆍ12면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2.78포인트(3.40%) 하락한 1,782.46에 장을 마쳤다. 지수가 1,8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20일(1,793.06) 이후 5개월만에 처음이다. 증시의 시가총액도 이날 하룻만에 36조원이나 증발했다. 코스닥지수도 19.45포인트(4.15%) 떨어진 448.68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를 폭락으로 몰아 넣은 가장 큰 요인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럽 은행들의 뱅크런(대량인출) 우려였다. 그리스는 지난 15일 연립정권 합의에 실패하면서 다음달 다시 총선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이다. 특히 다음달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당)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긴축재정안에 반대하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뱅크런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위기감도 확산됐다. 스페인 방키아 은행에서도 10억유로가 인출되는 등 뱅크런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유럽 은행 전체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리스발 공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4,273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내다 팔며 3조1,573억원의 자금을 국내 증시에서 빼갔다.

외환시장에서도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상승한 1,172.8원을 기록했다.

사정은 다른 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 이날 일본 증시가 2.99% 하락한 것을 비롯해 대만(-2.79%)과 호주(-2.61%), 홍콩(-1.69%)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취약해진 가운데 유로존 위기가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심리적 지지선으로 평가했던 1,800선이 무너지면서 지지선을 설정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그리스 사태의 실마리가 잡힐 때까지는 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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