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 남북관계 숨통 트이나

다자 아닌 양자 틀서 이뤄져 중대 전환 예고
3단계 접근법 첫걸음… 6자회담 재개도 탄력


남과 북의 22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은 '비핵화'를 의제로 내건 양측 회담으로서는 사실상 20년 만에 처음이어서 남북관계 자체의 진전에 대해 큰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특히 기존 북핵 문제가 다자(多者) 논의의 틀 속에서 이뤄졌던 데 반해 이번에는 남북 당국 양자 간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회담이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대화국면을 추동하려는 큰 틀의 흐름 속에서 교착된 6자회담 재개흐름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숨통을 틔우는 중대한 정세전환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번 회담의 성격에 대해 한 외교 당국자는 "우리가 제기한 3단계(남북 비핵화 회담→북미대화→6자 회담) 재개 중 그 첫 번째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방점이 '비핵화'에 찍혀 있다는 뜻이다. 남북 당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처음 마주한 것은 지난 1991년이다. 1989년 북한 핵개발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1991년 12월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북한 핵 사찰 방법 등에 대한 이견 등으로 엇갈리기 시작한 남북 간 대화는 이후 양자의 틀이 아닌 미국 등 다자로 전환됐다. 남북이 이번에 '비핵화'를 주제로 20년 만에 다시 양자 대화에 나서게 된 데는 남북 대화의 선행 조건으로 우리 측이 고수했던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의미 있는 사과'방침을 최근 분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논의의 틀로 들어올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측이 1월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로 제시한 3단계 접근법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다자가 아닌 양자의 틀로 이번 회담이 성사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우리가 앞으로 보다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측은 이번 회담을 북미 대화와 6자회담으로 넘어가기 위한 형식적 '통과의례' 로 삼으려는 눈치인 반면 남쪽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일정하게 확인돼야 북미 대화로 넘어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남북의 '동상이몽'이 극복되지 못할 경우 비핵화 협상이 순탄하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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