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첫 만남에서 북한 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대원칙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또 한미 관계를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뛰어넘어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지향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이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외교 실무진들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3일(이하 현지시간) 밤샘 작업을 해가며 공동성명의 형식과 내용을 조율했다.
◇북핵 평화적 해결 =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저녁 워싱턴 재미동포 간담회에서 “북핵문제는 부시대통령과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중국 베이징 3자 회담이 끝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다 풀어놓고 얘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부시 대통령도 4차례에 걸친 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원칙에는 이견이 없음을 확인한 점으로 미뤄 두 정상이 북한의 핵 완전 포기, 기존 핵 물질의 완전 폐기, 국제기구의 철저한 검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는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현지분위기다.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를 평화적 해결의 테두리로 볼 것인 지 평화적 해결을 둘러싼 양국 정상간 인식의 차이를 놓고는 확실하게 매듭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이날 “여기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간 견해가 일치한다”고 강조했으나 미국측의 태도를 보면 꼭 그렇지만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선택대안의 하나로 미국의 선제 공격론을 포함한 “모든 대안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포괄적 한미동맹 = 한미동맹관계에 대해선 두 정상의 입장이 거의 같다. 양국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 관계의 성과를 평가하고 `완전하고 성숙한` 동반자 관계와 기존의 동맹관계보다 한 단계위인 포괄적 동맹관계로의 진전을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포괄적 동맹의 개념은 공동성명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방미 기간중 `미국은 좋은 나라` `부러운 나라`등의 수사를 써가며 한미우호관계 강화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나타냈다.
◇용산기지 가급적 빨리 이전 = 북핵사태 와중에 불거져 나온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두 정상간 논의과정에서 일정한 성과와 진통이 함께 예상되는 어려운 문제이다. 두 정상은 일단 “용산기지는 신속하게 이전한다”는 데는 어렵지 않게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한미군 제2사단의 재배치문제의 풀이는 진통이 예상된다.
반 보좌관은 “제2사단의 이전 및 재배치 문제에 관해서는 한반도의 제반 정치, 경제상황을 예의 주시해가면서 한미 양국간에 긴밀히 협의,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정상회담 하루 전까지도 외교적 수사만이 나열된 설명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양국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경협 확대 =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간 얽혀있는 통상문제라든지 경협문제는 북핵 문제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계기로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 대한 한국의 참여에 대한 논의와 경제협력확대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방미기간중 적극적인 시장개방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이닉스에 대한 미 상무부의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 판정 등 통상현안들은 실무급 협상에 맡겨지는 분위기다.
<워싱턴(미국)=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