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면서 한반도 위기 지수가 한층 높아졌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제 사회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준비설에 대해 "평화적인 과학연구 활동까지도 미사일에 걸어 막아보려는 음흉한 책동"이라며 "우주개발은 우리의 자주적 권리이며 현실 발전의 요구"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우리나라에서 무엇이 날아 올라갈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북측이 사실상 군사 목적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도 이를 과학 연구 목적의 위성 시험 발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한 국제 비난 여론을 피해나가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도 '광명성 1호'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회 생일(2월 16일)과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4개국(일본,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 순방 기간(16~22일)을 계기로 대내 결속과 대미 압박용 군사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북 군사 대응능력을 높이면서 미·일·중 등 관련국과 외교 공조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힐러리 미국 국무장관과 20일 한미 외교 장관회담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억제를 위한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의제와 관련 "한미 동맹강화가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 기후변화, 국제금융위기 대처, 동북아 정세,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도 힐러리 국무장관의 아시아 4개국 순방 기간 동안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한 외교 전략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힐러리 장관은 순방에 앞서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가진 연설에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에 나서고 평화협정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장관은 이번 순방 기간 중 일본(16~18일), 한국(19~20일), 중국(20~22일)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과 잇따라 회담을 여는 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한반도 문제와 북핵 6자회담의 진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또한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미국의 대북 정책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