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부진에 실적 먹구름… 美 경제 기로에

3월 취업자수 크게 밑돌자 시장 불안감 고조
1분기 실적 비관론 우세… 오바마 재선 경고등


지난달 말까지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던 미국경제가 기로에 섰다.

지난 3월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 밖으로 움츠러들고 올 1ㆍ4분기 기업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회복세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12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인 20만3,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월간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연속 20만명 넘게 증가해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 시장에서는 미국경제가 '고용증가→소비확대→기업이익 증가→고용증가'의 선순환 흐름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3월 고용지표가 이런 자신감을 무너뜨렸다. 또 3월 고용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그동안 각종 경기지표 호조에 가려져 있던 기업들의 저조한 1ㆍ4분기 실적전망도 리스크 요인으로 재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강세를 나타냈던 미국증시와 달러화 가치가 내리막을 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성금요일 연휴로 증시가 휴장한 6일(현지시간) 대기업 중심의 S&P500선물지수는 전날보다 1.1% 하락한 1,374.90을 나타냈고 달러ㆍ엔 환율 역시 1.3% 오른(달러가치 하락) 달러당 81.31엔에 마감했다.

◇기업 실적 먹구름=시장 전문가들은 9일 시작한 미국 기업의 1ㆍ4분기 '어닝 시즌(실적발표 기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시장 둔화를 목격한 상황에서 어닝쇼크마저 겹칠 경우 경기회복 기대감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어두운 전망이 더 많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1ㆍ4분기 S&P500지수 편입기업의 순익은 전년 대비 3.2% 늘어나 지난해 4ㆍ4분기(9.2%)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재정위기와 아시아 국가의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올 하반기에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전망했다.

미국경제에 악재가 겹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부양책을 다시 꺼내 들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FRB가 당장 추가 양적완화(QE3)를 시행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검토할 계기는 생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르바 투자전략가는 "이번 고용지표는 매우 고통스러운 결과로 미국경제의 시계를 (고용시장이 회복하기 전인) 5개월 전으로 돌려놓았다"며 "FRB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3월 일자리가 3만7,000개 늘었고 평균 시급도 전년 대비 2.1% 오른 점을 근거로 급격한 고용침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웰스파고증권의 마크 바이트너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 회복이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일 뿐 필요 이상의 비관적 분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선가도에 비상등=어쨌거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 들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대선가도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으나 다시 전략을 수정해야 할 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각종 경제지표가 다시 바닥을 가리키고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를 빌미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다.

롬니 후보는 3월 취업자 수가 발표된 6일 곧바로 성명을 내 "이번 결과는 '오바마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높은 세금과 생활비용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3월 민간기업들이 12만1,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비록 속도는 느려졌지만 고용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실업률 역시 전달 8.3%에서 8.2%로 낮아진 점에 주목해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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