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준예산 편성’ 가능성

국회 예결위가 열흘째 헛돌아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부실ㆍ졸속심사가 우려된다. 특히 예산안 심사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여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 편성 가능성이 높다. 내년 예산이 준예산으로 편성되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공무원 인건비를 비롯한 경상경비 등 극히 제한적으로 예산을 배정ㆍ집행할 수 밖에 없다. 준예산 편성 때 내년에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약 17조원에 달하는 각종 국가예산 보조금 사업과 1조여원에 이르는 신규사업의 추진이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국책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차질을 빚어 모처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 흐름에서 우리나라만 경기진작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결위의 이윤수(민주당) 위원장과 박종근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원장 내정자는 18일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이 위원장과 한나라당ㆍ민주당ㆍ열린우리당 간사가 전날 마련한 예결위운영 합의안에 대해 찬반공방을 벌였다. 3당 간사가 전날 마련한 합의안에 따르면 예산소위원장은 소위를 구성한 후 소위에서 구두 호천(呼薦)에 의해 선임하고 소위원수는 총 9명으로 하되 교섭단체 의석비율에 따라 한나라당 5명,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각 2명을 배정하며 오는 26일까지 새해 예산안 심의를 종결하기로 했다. 또 이윤수 위원장이 소위원장을 맡지 않더라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소위운영은 간사간 합의에 따르고 소위원장은 원만한 회의진행에만 전념하되 소위원장이 예산안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경우 간사와 사회를 교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예산안에 대한 간사간 합의사항은 소위결정에 있어 최대한 존중하고 소위원은 비공개회의 결정사항을 공식적인 발표 전에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합의안에 대해 국회법 위반이라며 서명을 거부, 또다시 예결위 정상화에 실패했다. 박종근 의원은 “합의안이 소위원장을 소위에서 구두 호천토록 한 것은 전체회의에서 선임토록 한 국회법 57조를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소위원장 권한을 합의안으로 제한하는 것 또한 국회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윤수 위원장은 “합의안이 국회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전혀 없으나 합의안대로 간사간 합의에 따라 소위를 운영할 경우 소위의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한나라당이 표결처리를 통해 예산안을 멋대로 주무르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예산소위를 가동할 방침이었던 예결위가 열흘째 공전됐다. 헌정 이후 예산안이 회계연도를 넘겨 국회에서 처리된 사례는 총 6차례지만 55년(회계연도) 예산안 이후는 한번도 없었다. 또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이 12월2일로 정해진 64년 이후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사례는 총 13차례이며, 이 가운데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되지 못한 것은 2001년과 2002년도 두차례였다. 준예산제도는 60년 6월 개정된 제3차 개정헌법부터 도입돼 그동안 한차례도 준예산을 편성한 적이 없다. 현행 헌법 54조에 따르면 준예산 편성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관ㆍ시설의 유지ㆍ운영경비 ▲법정교부금ㆍ보상금 등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을 위한 경비 등에 국한에 예산을 지출할 수 있다. 특히 내년 예산에서 부담해야 할 올해 예산상 계속비 사업의 규모는 국방부 전략투자사업비, 건설교통부 기간국도사업 등 10개 사업에 2조4,564억원이다. <구동본기자, 임동석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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