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계좌 갈아타기 간소화' 4월로 연기

은행·보험사 준비 미흡

금융감독원이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 방안의 시행을 오는 4월로 연기했다. 은행·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저축계좌 수익률을 기록 중인 증권사들은 아쉬움 속에 적극적인 마케팅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오는 30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 방안을 다음달 중순께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 및 방안은 금융권의 준비 상황을 재점검한 뒤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 방안을 연기한 것은 은행·보험사의 준비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은행과 보험사는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를 위한 전산 통합 및 직원 교육 등의 조치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저축계좌는 지금도 바꿀 수 있지만 계좌가 있는 금융회사와 새로 계좌를 틀 회사를 모두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간소화 방안이 시행되면 계좌를 옮길 금융회사에 방문해 이동신청서 등을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절차가 한 가지 줄며 계좌 환승이 한결 쉬워지는 셈이다.

연기 소식에 증권업계는 당장 아쉬움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실 관계자는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가 은행·보험사에 비해 성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좌 이동 절차가 간편해지면 타 금융권에서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1·4분기를 넘기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투협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 이상의 증권사 연금저축펀드 90개 상품 중 57개 상품이 연평균 3.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평균 4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상품도 있다. 반면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역시 큰 폭의 변동 없이 2~5% 정도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현재 보험사는 80조원, 은행은 13조원, 증권사는 7조원 규모의 연금저축계좌를 운용 중이다.

대형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100조원에 육박하는 연금저축시장에서 가장 뒤처져 있는 증권업계는 사활을 걸고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남은 기간 더욱 완벽하게 준비해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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