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아침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했다. 미래부 장관이 이통사 CEO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최근의 과다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인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최 장관은 이통사들에 "시정명령을 내려도 보조금이 근절되지 않아 벌칙을 가할 수밖에 없다"며 "또다시 반복된다면 정부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 특히 "불법 보조금과 관련해 CEO들의 도덕성까지 거론되는 것은 상황이 마지막까지 왔다는 것"이라며 "불법행위가 다시 나오면 제재 범위를 CEO 개인에 대한 처벌까지 연계하겠다"며 CEO 처벌까지 거론했다. 미래부는 이르면 7일께 제재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조금 지급에 대한 처분을 의결할 예정이어서 이통사들은 이중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통3사에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라는 뉴스가 전해진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되풀이되는 이통사 제재 실효성 없어
과연 최 장관의 엄포와 곧 이어질 제재조치가 효험을 발휘해 보조금 경쟁이 수그러들까. 그렇게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영업정지 등 제재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 제재가 끝나면 또다시 보조금 경쟁에 내몰리는 현상만 반복됐을 뿐이다. 효과는커녕 스마트폰 시대라는 시장 변화에 맞지 않는 보조금 정책을 고집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양산되는 형국이다. 이통사를 향한 정부의 채찍질이 엉뚱하게도 소비자와 제조사·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워크아웃이 다시 결정된 팬택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팬택은 내수 비중이 95% 이상이어서 이통사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타격이 휴대폰 제조사 가운데 가장 크다. 팬택이 2년여 만에 2차 워크아웃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지만, 되풀이되는 이통사 제재로 인해 국내 판매에 차질을 빚은 게 한 요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통사 영업정지가 실효성 없음이 확인됐다며 법적 근거도 없는 보조금 27만원 규제철폐를 요청했다. 또 영업정지 대신 일정 기간 통신사용료 감면, 고가 구매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합리적이라며 피해보상기금 조성과 같은 대책수립도 함께 제안했다.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런 난맥상이 대부분 해소될 것처럼 강조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은 게 현실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말기 유통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비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고 이를 어기면 제재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할 시점이다. 이통사 CEO들이 미래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엄중처벌 등 제도개선을 건의한 것을 보면 엄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개입 최소화·자발적 개선책 유도를
해외에서도 보조금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혔으나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바로잡은 게 아니라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한 사례가 있다. 보조금 지급으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나빠지자 업체 스스로 개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외국 사례를 우리 실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건 맞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외국에 비해 유통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한 환경이 다르더라도 보조금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조금 상한을 시장환경 변화에 맞게 보완하거나 없애는 게 우선이다. 스마트폰 구입자 중에는 제값 주고라도 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하려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도 있고, 보조금을 많이 받아 최신 제품을 사서 써보고 싶은 구매자 등 다양하다. "누구를 위한 영업정지인지 모르겠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면 답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