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유산 소송 재판에서 고(姑)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이 회장 자녀들이 작성했다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서를 두고 양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상속재산 분할협의서란 이병철 선대회장이 타계하고 2년 후인 1989년 선대회장의 자녀들이 상속재산인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나누는 데 협의했다는 문서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심리로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이맹희씨 등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측은 “삼성 측이 주장하는 협의서는 공증도 안 됐고, 작성일시도 연도만 있을 뿐 구체적이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의서에는 차명주식에 대한 언급이 어디에도 없다”며 “이 회장이 실명 전환한 삼성생명ㆍ전자의 차명주식이 소송의 핵심인데 협의서에는 기명상속재산에 대한 협의만 나왔다”고 밝혔다.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산분배가 협의서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협의서에는 제일합섬(현재 웅진케미칼에 편입)의 주식 7만 5,000여주를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에게 상속한다고 나와있지만, 이 회장이 제일합섬의 주식을 10만주나 가져갔다. 화우 측은 “결국 선대회장의 유지는 애초에 없었고, 실제 상속도 차명주식이나 기명주식 할 것 없이 유지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선대회장이 정식으로 남긴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선대회장이 이 회장을 후계자로 삼고, 해당 차명주식 및 경영권을 포괄승계한다는 내용의 유지를 1977년부터 타계 직전인 1986년까지 10년 간 준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선대회장이 차명주식을 활용해 그룹 경영을 해 온 사실을 가족들도 다 알고 있었다”며 “1986년에 선대회장은 자녀들에 대한 재산분재를 끝냈고 여기에 차명주식이 포함된 사실 모두 알았고, 협의서에 날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측이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선대회장으로부터 안국화재 차명주식 9만주를 받았다”고 주장하자 화우 측이 “당사자도 아닌 사람을 끌어들인다”고 반발하는 등 실랑이가 벌여졌다.
재판부는 양 측이 변론을 마친 후 “핵심 쟁점인 ‘실명전환 주식의 동일성 여부’에 대한 변론이 아직 미흡하다”며 “삼성 측이 증거로 제출한 ‘삼성생명 및 전자 실명전환 주주내역’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주식 취득 시점을 정확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주식취득 시점은 이 회장의 상속 당시 주식과 현재 주식 간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재판 때 화우 측이 신청한 2008년 ‘삼성 특검’기록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채택된 자료는 선대 회장 생전에 차명으로 관리되다 상속된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현황과 의결권 행사에 관한 수사자료, 이 회장 등의 특검 진술조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