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잠재력 약화 '가속도'…선진국 문턱서 주저앉나

■ 저성장 기조 고착 우려 고조
5% 밑도는 성장률로는 내수회복으로 연결안돼
국내외 여건 불투명 내년 4.4% 성장도 쉽잖아
재정투입등 단기처방보다 기업 氣살리기가 먼저


“지금 같은 수출호조라면 과거에는 8~9%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을 것이다.”(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연 평균 4.2%’라는 참여정부 집권기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에 비해 그렇게 낮은 수준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내수보다 수출로 먹고 사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부족한 성적표로 보인다. 4% 초반대의 경제성장률로는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고용창출과 선진국 진입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고려하면 한국 경제가 섣부른 ‘선진국병’을 앓으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조로(早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화되는 성장잠재력=지난 2000~2004년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평균치는 5.4%였다. 2003~2007년 5년간 성장률 평균은 한국은행의 내년 전망치 4.4%를 포함하면 4.2%로 떨어진다. 우리 경제는 신용카드 남발 등 인위적인 경기부양으로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던 2002년 7.0%의 성장률을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계속 5%를 밑돌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당장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성장잠재력이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점은 인정했다. 한은은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원인으로 3가지를 들었다. 우선 수출증가가 국내투자ㆍ소비 등 내수유발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또 기업의 보수적 경영행태와 규제 등으로 설비투자가 미약하고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취약으로 해외 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해 국내 소비가 그만큼 대체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문제는 5%를 밑도는 성장률로는 고용흡수 능력이 약화돼 내수경기의 회복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을 예로 들어 “4%대 성장이 나쁜 게 아니다”고 말하지만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동아시아 내 우리의 경쟁국인 홍콩은 올해 6.0%, 내년에 5.5%, 싱가포르는 6.9%, 4.5%로 각각 예상됐다. ◇내년 4.4% 성장도 미지수=더구나 국내외 여건이 불투명해 내년 4.4%의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은 상태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로 1.2%, 하반기에 1.3%를 나타내 성장곡선은 평탄한 국면에서 위쪽으로 치고 나가는 모양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 2ㆍ4분기부터 성장속도가 다소 떨어진 것은 속도조절로 봐야 하며 내년에는 하반기로 가면서 회복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시각은 다르다. 현재 LG경제연구원(4.0%), 현대경제연구원(4.2%), 삼성경제연구원(4.3%), 한경연(3.8%), 금융연구원(4.0%) 등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 대부분은 내년 성장률로 한은보다 낮은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한은보다 높은 곳은 대외경제연구원(4.5%) 한 곳에 불과하다. 배상근 한경연 박사는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경기상승 기간은 짧아지는 반면 하강은 길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을 약간 밑도는 선으로 하향 수렴해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국제유가의 재급등, 북핵 사태의 악화 가능성 등을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인정했다. 또 환율하락 압력과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변수,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 등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근원적 메스가 필요하다=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하락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운 근원적 처방 말고는 해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처방, 즉 기업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는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배 박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의 유혹이 커질 수 있지만 과감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제도개혁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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