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3당 서로 책임공방/대선전략 소재삼아/금융권원리금·신용도 안정/부도 공포 해소주력/기업‘외화획득’ ‘요금절약’/경제난 극복에 타깃「IMF야, 너 잘 만났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나라전체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IMF와 관련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IMF 책임규명에 열을 올리는광고를 내고있고, 금융기관은 예금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은 수출을 통해 외화획득에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한 내의업체는 시린 가슴 달래보자며 부적팬티까지 만들어 광고를 하고 있다.
IMF 체제로 흔들리고 있는 국내상황을 사회의 거울인 광고를 통해 짚어본다.
◇정치광고=물고기가 물을 만난 모양새다. 정당마다 대선을 향한 더할 나위 없는 호기로 삼고 IMF 책임공방에 한창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신문광고에 『정부의 종금사 영업정지로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있다』며 『중소기업 자금난과 예금지급보장을 이회창과 새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국민회의도 IMF의 치욕적 타결을 1년반 안에 극복하겠다며 망가진 경제를 김대중과 살리자는 광고를 신문지상에 싣고 있으며, 「IMF재협약」파문을 진정시키는 광고도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광고=가장 많이 눈에 띄는데 절박하다는게 특징. IMF체제에서 언제 무너질 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부실은행이라는 소문으로 예금인출 사태가 있는 이들 은행은 전 일간지에 『정부 출자와 구조조정으로 경영상태가 호전된다』며 『중도해약한 예금을 다시 예치하면 이자 손해가 없도록 전액 보상한다』고 공표했다.
이밖에 하나은행 농협 대한종금 등이 신용도에 문제가 없다며 예금주 안정에 나섰고,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도 정부 구조대상이 아니라며 변함없는 신뢰성을 주장했다.
◇기업광고=외화획득 요금절약 등 IMF체제아래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에 고속도로를 건설한 대우건설은 지구촌건설로 외화획득에 앞장서겠다고 경제살리기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종합상사가 지난 1년간(96.7∼97.6) 1백51억달러 수출로 수출 1위를 차지했다』며 『경제위기를 수출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정보통신업체들은 저렴한 요금을 광고컨셉으로 잡고 있다. 한솔PCS는 최근 70여가지 서비스 광고대신에 가장 요금이 싼 점을 부각하고 있고, 한통프리텔도 통화료를 다이어트했다며 저렴한 맞춤요금제도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속옷업체인 좋은사람들은 모두들 어려운 요즘, 시린 가슴 달래보자며 부적팬티까지 만들어 광고를 하고 있다.
◇기타=숙명여대는 앞으로 여자태통령이 나와야 한다며 현사태까지 몰고온 정부를 은근히 꼬집고 있으며, 출판사인 현대미디어는 「IMF한파, 2백만 실업대란이 걱정된다」며 장사 관련 서적을 광고하고 있다. 파스퇴르 우유의 최명재 회장은 현정부의 금융실명제를 힐난하는 등 IMF통치에 대해 분노하는 의견광고도 쇄도하고 있다.<홍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