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지금 신한류 홀릭] '드라마 한류'서 '경제 한류'로 진화중

'사랑이 뭐길래'서 '겨울연가' '소녀시대'까지…


한류가 어느새 '청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드라마 한류가 시작된 이래로 한류의 나이가 10대 중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어떤 자양분을 바탕으로 자라느냐에 따라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개별 콘텐츠로 강한 인상 심었던 초기 한류=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류가 공략한 주요 지역은 중국ㆍ대만ㆍ베트남 등이었다.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반감은 크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친근함을 갖고 있던 이들 국가는 한국 드라마나 음악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특히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경직된 문화가 형성돼 있던 이들 국가에 90년대 후반 쏟아지던 자유분방한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드라마 한류의 물꼬를 튼 것은 9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사랑이 뭐길래'다. 서구적인 문화의 집안과 한국적인 전통 문화의 집안이 결혼해 문화적 차이로 충돌을 빚는 이 드라마는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HOTㆍ클론ㆍNRG 등 1세대 아이돌이 중국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국 가수들의 해외 공연이 이때부터 서서히 활발해졌지만 당시에는 충분한 준비 없이 해외에 진출해 저작권 침해가 심각했고 열기는 곧 사그러들었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시킨 2세대 한류= '한류'라는 단어가 부각되면서 문화계 전반에 확산된 것은 2세대 한류가 시작된 2000년대 중반이다. 2세대 한류의 시발점은 지금까지 한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배우 배용준이 주연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겨울연가'는 일본 중년 여성층에게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관광 상품까지 만들어져 경제적으로도 파급력을 확산시켰다. '겨울연가'가 불붙인 한류 신드롬은 드라마 '대장금'이 이어받았다. 대장금은 중국ㆍ홍콩 등 주변국 뿐아니라 중앙아시아ㆍ아프리카ㆍ동유럽 등에까지 퍼졌고 한국의 전통음식을 알리는 데 앞장서 국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격상시켰다. 이 시기에 대중음악계도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철저히 해외시장을 겨냥해 기획되고 훈련된 가수 1호였던 보아는 일본 오리콘차트에서 수 차례 1위에 오르며 한국 가수의 해외 성공 신화를 만들어냈다. ◇경제 한류로 번진 '신(新)한류'=그동안의 한류가 개별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었다면 현재의 한류는 개별 콘텐츠가 또 다른 콘텐츠로 관심을 이동시켜 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기업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는 '경제 한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한류' 열풍의 일등 공신은 소녀시대ㆍ슈퍼주니어ㆍ빅뱅 등 아이돌 가수들. 다년간 쌓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노하우 아래 철저히 기획된 아이돌 가수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확산이 불러온 최대 수혜주다. 이들의 음악과 패션이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자생적으로 전세계에 전파되면서 이들이 등장한 방송 프로그램과 드라마ㆍ영화ㆍ뮤지컬까지 유명세를 타게 돼 한류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들이 퍼뜨린 '한국'이라는 이름은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수익 향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력과 기술 등 이른바 하드파워(Hard Power)로는 이미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한국이 문화 한류라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로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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