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집행으로 늘 지출이 수입을 앞서다 보니 국고여유 자금이 바닥난 것은 물론이고 재정증권을 발행해 부족한 세출 수요를 메우기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재정경제부가 12일 국회에 제출한 국고 여유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0년 24조7,690원을 국채인수, 유통금융 지원,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등으로 운용해 239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2001년에는 31조9,758억원을 운용해 216억원을 벌었으며 2002년에는 19조3,641억원을 운용해 17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2조4,847억원을 운용해 23억원을 벌었을 뿐이다. 오히려 지출을 세입으로 충당하지 못해 3조원 규모의 재정증권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증권은 일시적 세입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당해 회계연도에 모두 상환된다는 점에서 적자재정으로 이어지는 국채 발행과는 구분된다.
그러나 국고에 여유자금이 없으면 경기대응 등 재정운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추가적인 소요가 발생하면 적자 재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재경부는 지난해 세계 잉여금과 한은 잉여금이 벌써 추경예산 편성 재원으로 활용됐고 세외수입도 부진한 반면 상반기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의 조기 집행으로 작년보다 8조원 정도 지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여유 자금을 운용할 소지가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세외수입은 8조7,000억원으로 작년의 15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