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열풍 이후 처음으로 펀드 수탁고가 200조원을 돌파하자 드디어 간접투자 시대가 열리나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투자 문화가 바뀐다 = 직접 투자에서 간접 투자로, 단기 투자에서 장기 투자로 투자 풍토가 바뀌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증시에 뛰어드는 한편 주식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방망이는 짧게 잡았다.
이들은 주가가 좋을 때는 우루루 몰렸지만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모두 한꺼번에 빠져나왔고 그 때문에 시장은 과도하게 무너지곤 했다.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만기 1년도 못 기다리고 증시 상황에 따라 돈을 빼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지며 주식투자 인구는 줄고 펀드 계좌가 늘어나고있다.
작년 말 주식투자인구는 376만3천명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고 활동 주식계좌수도 663만9천개로 8.7% 줄었지만 주식투자신탁계좌수(은행 적립식 펀드 제외)는 141만5천개로 무려 64%나 급증했다.
또 적립식 펀드, 어린이 펀드 등 장기성 상품이 인기를 끌고 수명이 5년을 넘어가는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투자자들의 눈 높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수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를 견디다 못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각오하고 주식시장으로 발을 돌린 투자자들은 은행 이자보다 다소 높은 정도면 만족하는 편이다.
물론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이 짭짤한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며 부추기는 것도한 요인이다.
대투운용 장필균 상품팀장은 "저금리 기조, 주가 강세, 은행의 이해 등이 맞물려서 최근의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업계는 지각 변동 중 = 외국계 회사 진출, 대형사간 합병 등이 이어지면서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대형화, 전문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푸르덴셜이 현대투신을 인수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데 이어 연초에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피델리티가 전격 진출했고 기업은행과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이 합작한 기은SG자산운용이 출범했다.
또 동원금융이 한투증권을 인수한데 따라 한투운용과 동원투신운용도 합병될 예정이고 대투운용은 하나은행에 인수되면서 강력한 판매망을 확보했으며 LG투신운용과 우리투신운용도 다음달 합병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적립식펀드를 주도한 랜드마크투신운용이 외환코메르츠투신운용과 합치며 덩치를 키웠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표적인 대형사 몇군데와 특화에 성공한 일부 소형사만 살아남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팽창하고 있지만 워낙 작은 업체가 난립한데다 운용 보수가 내려가면서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대형사는 시장을 선도하고 소형사는 분야별로 전문화하는 구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투자자 똑똑해져야 = 펀드 가입이 일반화될 수록 투자자의 역할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했다고 해서 예금처럼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되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펀드는 채권형이든 주식형이든, 복잡한 구조를 갖춘 ELS 펀드이든 모두 실적 배당 상품이어서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기본 자금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넣고 펀드는 여유 자금을 굴리는 용도로만 활용하라는 뜻이다.
또 적절한 환매, 상환 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투자하고 증시 상황에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장기 투자로 매수단가를 낮추면 손실을 제한할 수 있다고하지만 돈을 빼는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워낙 다양한 운용회사가 있는 만큼 투명하고 과거 성적이 안정적이면서 좋은 업체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