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 입증 못해"… 삼성폰 미국서 계속 판다

삼성 '美판금 가처분 소송' 애플에 승소
애플 텃밭서 완승… 1심 손배액 판결 즉각 항소


미국 법원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또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에서 완승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루시 고 판사는 6일(현지시간) 갤럭시S 4G와 갤럭시탭 10.1을 포함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태블릿 23종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애플의 재요청을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연방 항소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건이다. 당시 항소법원은 애플의 판매금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1심 판결에 일부 문제가 있다면서 이 건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고 판사는 "애플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봤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필수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애플의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 판사는 소비자의 정보기술(IT) 기기 선택에는 애플이 내세운 한두 가지 기술이나 디자인 외에도 수많은 이유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터리 수명과 MP3플레이어 기능, 운영체제(OS), 문자메시지 기능, GPS, 프로세서 기능 등의 다양한 성능이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터치스크린 소프트웨어 특허기술이 삼성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크게 증대했다'고 주장해온 애플의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 같은 이유만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미국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 불공정하다는 게 고 판사의 판단이다. 고 판사는 그러면서 "애플이 터치스크린 특허기술 3건을 쓴 (삼성전자) 제품에 판금 명령을 내리도록 재판부를 설득하려면 이를 (논리적으로) 입증할 책임이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가처분신청에서 패소한 원고 애플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피고 삼성전자는 성명에서 "삼성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몇 가지 소프트웨어의 기능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며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기능들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승리다. 우선 애플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산호세 법원에서 두 번씩이나 애플의 판매금지 요청이 기각됨으로써 향후 재판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논리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는 점이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미국 판매를 막으려는 '가처분 남발' 정책은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애플이 그동안 '핀치 투 줌'이라는 자사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해왔다는 공세 명분이 약해짐에 따라 향후 계속될 배상금 소송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법원의 배심원단은 이 점을 인정하며 배상금액을 높였다.

당장 삼성전자는 가처분 기각 결정과 별도로 이날 고 판사가 내린 1심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가처분 기각 판정 내용을 근거로 항소에 나설 예정이다. 고 판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1심 손해배상액을 평결 결과와 마찬가지로 9억2,900만달러(9,900억원)로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배상금액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가처분 소송 승리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유리한 영향이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미 손해배상금을 충당금으로 적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손해배상금을 내도 재무적으로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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