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 찬바람

세월호 참사로 투자 보류… 제작사 경영악화…
저작권 문제 까지 겹치며 중소형 작품 잇단 취소·연기
대형 라이선스 공연만 예정대로 막 올려 흥행대결

뮤지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반기 공연 예정이던 중소형 뮤지컬과 창작 작품들이 잇따라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오는 8월 개막을 앞두고 공연 취소를 선택한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지난해 공연 장면.

공연이 연기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한 장면.

8~9월을 중심으로 하반기 예정됐던 뮤지컬이 잇따라 공연 취소나 연기를 발표하는 등 한여름 뮤지컬 시장에 때 아닌 한파가 불고 있다. 제작사의 경영악화나 세월호 참사에 따른 투자 보류 등이 겹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형 뮤지컬과 창작 작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뮤지컬업계에 따르면, 제작사 뮤지컬 해븐은 올 8월 공연예정이던 '스위니 토드'와 '키다리 아저씨' 공연을 취소했다. 뮤지컬 해븐은 앞서 지난달 말 홈페이지를 통해 "8월 말 개막 예정으로 준비중이던 스위니토드와 키다리아저씨 공연이 제작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뮤지컬 해븐의 올 하반기 대표 기대작이었던 두 작품은 일부 캐스팅이 진행됐지만 회사의 경영 악화 탓에 결국 '공연 취소'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작스런 공연 취소로 일찌감치 공연장 대관 계약을 맺었던 충무아트홀 측은 급하게 대관 공고를 새로 내기도 했다.

9월 무대에 오를 예정이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담스 패밀리'의 라이선스 초연도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이 작품 역시 4월 오디션을 거쳐 주요 배역과 대다수 조연급의 앙상블 캐스팅을 마쳤지만 투자 과정에서 난항을 만나 공연 시기를 미뤘다. 아담스 패밀리 제작을 맡은 현대극단 측은 "세월호 참사가 터진 시기에 투자가 논의되고 있었다"며 "이 작품이 국내 초연인 데다 '죽음'과 관련돼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꼈다"고 전했다.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뮤지컬화도 잠정 보류상태다. 뮤지컬 '심야식당'을 제작한 (주)적도는 올 12월 나미야 잡화점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원작과의 저작권 문제가 제때 해결되지 않아 공연 일정을 미루고 대관 계약도 취소한 상태다.

이 밖에 마마돈크라이(8월), 양들의 침묵(9월), 도리안 그레이(10월)가 공연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반면 대형 라이선스 작품과 흥행이 검증된 재공연들은 예정대로 무대에 오르며 피 튀기는 하반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달 말 '두 도시 이야기'를 시작으로 프리실라(7월), 브로드웨이42번가(7월), 드라큘라(7월), 시카고(8월), 레베카(9월), 황태자 루돌프(10월), 마리 앙투아네트(11월), 킹키부츠(11월), 지킬앤하이드(11월), 라카지(12월) 등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매년 라인업에서 빠지거나 연기되는 작품이 있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소·연기되는 작품이 크게 늘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정적인 대작으로 관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와 관심이 대작으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작품이나 창작 뮤지컬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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