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SW 단속, 정품 동나고 바가지 극성

소프트웨어(SW) 불법 복제 단속 강화에 힘입어 SW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유통점들이 정품가격을 기습인상하는 등 '바가지'행위 까지 서슴지 않아 비난이 일고 있다.이와함께 SW 사용이 불가피한 벤처업체들 가운데는 업무 마비 상황을 겪고 있는가 하면 몇몇 소프트웨어 제품은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정품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단속의 본래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며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습 가격인상 '바가지 상혼' 극성 12일 업계에 따르면 단속을 틈타 한 몫 보려는 '바가지'판매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제 SW를 판매하는 총판들의 경우 이미 재고가 소진됐으며 그 동안 수요가 적었던 일부 외산 프로그램은 본사에 추가물량을 주문해도 배달까지는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걸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MS 제품의 국내 총판인 인성디지탈의 관계자는 "대다수 매장은 평소 1주일 판매량 정도를 재고로 확보하고 있다"며 "재고가 동이 나 서둘러 다시 공급에 나서고 있으나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통점들은 이 같은 특수에 편승해 공공연히 정품 SW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체인 C기업의 관계자는 "단속 때문에 최근 거래처에 포토샵 5카피를 주문했더니 처음에 구입할 때 보다 40만원이나 많은 180만원을 요구했다"며 "이것이 불법복제 단속의 본래 취지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는 유통업체의 '한철 장사'라는 마인드가 한 몫하고 있다. 유통사인 S사 관계자는 "단속이 이뤄지는 3ㆍ4월 두 달 동안의 장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MS와 매크로미디어의 경우 환율상승과 이미 결정된 방침이라는 이유로 단속이 시작되기 직전 제품 가격을 크게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업무마비 등 혼란 극심해 지난 휴일 테헤란밸리 소재 벤처업체 중 상당수는 문을 열고 밀린 업무에 매달리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들 업체는 단속에 대비, 불법 복제품을 모두 지워 빚어진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휴일도 잊은 채 근무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단속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업무시간에는 회사를 비우고 밤늦게 출근하는 업체도 상당수에 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 업체는 정품 SW가 동이 나는 통에 이미 삭제한 복제 프로그램을 다시 깔아 사용하기도 했다. 교육 패키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A기업의 관계자는 "투자 유치 건과 관련, 지난 주까지 서류작업을 끝내야 했지만 MS 워드가 없어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총판에 문의했으나 일주일 후에나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어도비의 포토샵을 불법 복제해 사용하던 컴퓨터 그래픽 업체인 B기업도 이 달 말까지 수주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하지만 정품을 구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곳곳에 알아봤지만 포토샵은 패키지를 국내에서 만들지 않고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한달 이상 걸린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복제품을 써온 것은 잘못이지만 재고 준비는 해놓고 단속을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의 김규성 사무국장은 "회원사와 협력, 정품 소프트웨어 공급 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기석기자 ?병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