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한미은행 업무제휴 합의

하나-한미은행 업무제휴 합의'합병위한 사전 포석인듯'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이 27일 오전 조인식(사진)을 갖고 정보기술(IT) 부문의 공동개발 등 주요업무의 제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IT부문 공동투자와 영업점 및 자동화기기 공동이용 등을 내용으로 한 양 은행간 업무제휴는 핵심역량 공유를 통한 경쟁력 제고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략적 제휴 내용=두 은행은 우선 IT·인터넷뱅킹 공동개발과 운용을 위해 합작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두 은행의 전산 부문 투자예산이 하나은행 740억원, 한미은행 510억원 등 총 1,250억으로 향후 공동개발을 통해 중복투자를 조절하면 30~40%의 비용절감 효과로 연간 200억~300억원의 순이익 증대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부문 공동참여를 위해 우선 현재 하나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결제은행에 한미은행도 참여하기로 했다. 가계금융 부문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기대된다. 두 은행의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492개로 전국적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두 은행은 앞으로 논의결과에 따라 타행간 송금수수료(건당 1,000~3,000원)를 자행간 송금수수료(건당 500~1,500원)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은 물론 상품모집 대행을 통한 상품 교차판매 등을 실시할 계획. 하나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매직뱅크 서비스 대상을 한매은행 고객에게도 확대시행할 방침이다. 특히 앞으로 점포를 신설할 때에도 양측이 사전 논의해 불필요한 일선 점포에서의 경쟁을 지양하기로 했다. 이밖에 두 은행은 기업고객용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개발함으로써 기업금융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해외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운용시 상호협력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양 은행간 포괄적 업무제휴는 지난 5월 개최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직후부터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은행 관계자들은 『ADB 총회에서 이헌재(李憲宰) 재경부 장관이 업무제휴를 통한 은행간 합병 등 해외사례를 설명한 바 있으며 이후 두 은행장이 사적인 자리에서 이를 심도있게 논의해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27일 두 은행장은 『현재로서는 합병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 했지만 『기업문화가 유사한 두 은행의 업무제휴가 정착될 경우 자연스럽게 합병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선(先)업무제휴 후(後)합병」 가능성을 높게 한다.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은행간 합병은 목적이 아니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양 은행이 상호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합병이 효과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 서면 합병으로의 진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합병을 놓고 하나·한미의 시각차는 분명하다. 합병에 자신감이 있는 하나은행이 적극적인 한편 여러 면에서 열세에 있는 한미은행은 다소 유보적인 자세. 업무제휴를 통해 일단 시간을 벌고 외자유치를 조속히 성사시켜 주도권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조인식에서 당초 두 은행은 「국내 다른 은행과 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는 하지 않기로 하고 향후 합병시는 상대 은행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26일 오후 막판 협상에서 한미은행측의 반대로 삭제됐다. 박태준기자JUNE@SED.CO.KR 입력시간 2000/06/27 16:42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