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0돌 기념] 김대통령 특별회견"개혁·남북협력강화, 동북아경제 센터도약"
김영렬(金永烈) 사장 겸 발행인=국정에 매우 바쁘실 텐데 서울경제신문 창간 40주년 기념회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우선 창간 40주년을 축하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60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경제신문이지요. 그동안 우리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을 창간하신 장기영(張基榮) 선생은 참으로 뛰어난 혜안을 가진 선구자지요.
金대통령=장기영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연세가 얼마나 되셨지요.
金사장=62세였습니다.
金대통령=張선생은 아마 120세 이상 사신 분인 만큼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오래 사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金대통령=서울경제신문을 비롯해서 경제신문들이 요즘 여러가지 면에서 잘되고 있지요. 신문을 만들 때 국내 문제에만 국한하지 말고 시야를 한반도 전체로 넓혀주시기 바랍니다. 동북아, 나아가 세계 속의 한국을 보는 넓은 안목이 필요합니다.
金사장=외환위기 이후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수도 많이 늘고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각종 경제개혁정책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경제가 회복되면서 경영수지 면에서도 크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습니다.
金대통령=무엇보다도 경제가 중요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돌아오자마자 큰 일이 많아 힘든 일정을 보냈습니다. 축협과 농협의 통합 마무리와 의약분업 문제, 금융노조 파업, 호텔노조 사태 등이 발생했으나 지속적으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신념으로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결과 물가와 금리가 안정되고 실업률이 3%로 떨어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당초 목표를 2년 앞당긴 것입니다. 외환보유액도 38억달러에서 900억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언론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제위기설」 「금융대란설」을 보도했지만 언론보도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망해도 백번 이상 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6월 말에는 은행부실을 완전히 드러내 시장불신을 해소했고 투신문제도 해결됐습니다.
우리 경제가 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IMF·IBRD·OECD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들은 물론 홍콩의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 경제를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속적인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金사장=앞으로 개혁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잡고 계시는지요.
金대통령=세계는 지금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지게 됩니다. 금융과 기업·공공부문·노사관계 등 4대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나가면 우리는 세계 일류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안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특히 정보화에 신들려 있습니다. 전국에 PC방만도 1만7,000개나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저력을 살려나가면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개혁의 경우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재벌의 경우 그룹을 유지하느냐, 누가 경영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별기업 하나하나가 독자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크아웃은 올해 안에 마무리지을 계획입니다.
金사장=대통령께서 평양을 다녀오신 후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金대통령=통일은 서두르면 안됩니다. 우리가 감당할 능력도 없을 뿐 아니라 정신적 갈등을 해소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선 화해와 협력을 통해 북한도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시대를 여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해저터널을 통해 일본과도 교통망이 연결되면 우리나라는 자연 동북아 중심지로 부상하게 될 것입니다.
조선왕조 말 우리 국력은 일본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근대화를 거부하고 개방에 대한 대응방식을 완전히 달리하는 바람에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역사적 전환점에 있습니다.
_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집권 후반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개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개각의 폭과 인선기준에 대해 밝혀주십시오.
▲지금은 그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시급한 국정현안들을 처리하는 데 내각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_집권 중반기 이후 국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남은 임기 동안 다섯 가지의 국정목표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절실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 한국을 지식정보의 강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는 지식정보화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적응해야만 세계와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식정보사회에 가장 적합한 민족입니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우수한 문화창조의 전통이 있고 정보화 면에서도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식정보화에 대비하는 노력과 함께 경제개혁을 완수해 세계 일류경제를 실현해나가고자 합니다.
둘째는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공동번영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반세기 동안 분단의 고통을 겪어온 우리에게 6·15 공동선언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인내심과 성의·일관성을 가지고 차근차근 쉬운 것부터 실천해나간다면 남북의 평화적 공존공영은 물론이고 장차 통일에도 충실히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머지 세 가지도 지금 말한 두 가지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 하나는 인권을 더욱 신장시키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일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적 가치들이 확산되고 과거 소외돼왔던 사람들의 인권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성화되고 노조의 정치참여가 보장되는 등 참여 민주주의가 확대돼왔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주인된 권리가 충실히 보장되면서 한편으로는 법과 질서가 확고히 지켜지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전통을 세워나가고자 합니다.
다음으로는 생산적 복지를 정착시켜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구제하고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교육과 인간개발의 기회를 제공해 스스로 고효율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대화합을 실현해서 모든 지역·계층·세대가 국가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_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셨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 특히 경제협력은 어떤 원칙과 방향에서 추진해나갈 계획인지요.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을 차질없이 실천해가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미사여구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모든 분야에서 화해협력을 착실히 실천해나가는 노력이 있을 것입니다.
남북 경제협력의 큰 원칙은 우선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고 민족의 복리를 도모해나갈 수 있는 분야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곧 당국간 대화가 시작되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남북간의 경협은 서로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러한 인식에서 현재 많은 기업들이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들도 북한의 풍부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보고 북한진출에 의욕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민간 차원의 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투자보장협정이라든지 이중과세 방지협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가운데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_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꼽히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늦다든가 하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습니다. 비판적인 시각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요.
▲그러한 평가와 지적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경제개혁을 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개혁을 못하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습니다.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금융·기업·공공 부문·노사관계의 4대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습니다. 경제개혁 과정에서 일부 진통도 있었고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개혁이 추진돼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개혁을 지속하지 않으면 위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4대 개혁을 철저히 완수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조금의 지체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가 또다시 좌절하느냐, 도약의 길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_하반기 이후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되는 가운데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불안이 가시화하는 등 안정성장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됩니다. 하반기와 내년 우리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 우리 경제는 11%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낮은 6%대의 성장을 보여 연간으로는 8%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지 않나 전망됩니다.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상반기에 설비투자가 집중되는 등 경기상승 요인이 컸기 때문입니다. 6%대의 성장이라면 결코 낮은 것이 아닙니다.
물가의 경우에도 유가와 공공요금이 인상되긴 했지만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유통구조 혁신으로 하반기 중 2~3% 상승에 그쳐 연평균 2.5% 이내에서 안정될 전망입니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와 건설경기 회복, 견실한 수출증가 등으로 잠재성장률 수준인 6~7%대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경제개혁을 차질없이 계속해서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때만 달성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그 점에 특별히 유념하고 있습니다.
_기업·금융·공공·노사 등 4대 부문 개혁 가운데 어떤 부문이 잘됐고 잘못됐는지를 평가해주시고 아울러 미진한 부문에 대한 대책도 밝혀주십시오.
▲잘된 점이라면 무엇보다 개혁의 큰 원칙과 방향이 세워지고 그에 따라 일관성있게 개혁이 추진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금융 부문에서는 우선 부실이 대폭 정리되고 잠재부실까지 국제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된 점을 성과로 꼽을 수 있겠지요. 금융이 건전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기본토대가 구축된 것입니다.
기업 부문에서는 기업의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등 구조가 건전해지고 경영책임이 강화된 점을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기업부실과 비효율의 원인이었던 과잉·중복투자와 선단식 경영행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도 큰 성과라고 하겠지요.
그외에 노사 부문에서는 노동의 유연성이 실현되고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노사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선례를 남긴 것을 평가할 만합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규제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돼 1만1,000개에 달하던 각종 규제가 절반으로 줄어든 점을 성과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흡한 점도 있습니다. 금융 부문의 경우 아직도 금융기관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합니다. 조직과 인원 감축 등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개혁됐는데 금융관행이나 기법 등 소프트웨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기업 부문에서도 과거 기업들의 비효율적 구조나 부정적 행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되고 있지요. 그외에 공기업 민영화가 지연되는 등 공공 부문 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철저히 개선해 4대 개혁을 더욱 내실있게 완성해나갈 것입니다. 큰 방향은 종래의 하드웨어 중심의 개혁에서 이제부터는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혁에 역점을 둔다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자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노력을 보다 강도 높게 독려해나갈 것입니다.
공공 부문의 개혁은 특별히 역점을 두고 추진할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정부혁신추진위원회」를 두고 과감하고 강도 높게 개혁을 단행할 예정입니다.
_금융구조조정의 경우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이 재발되는가 하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파업사태 등으로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법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대한 구상을 밝혀주십시오.
▲지금까지의 금융구조조정이 주로 부실을 정리하고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금융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과 경쟁해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금융기관들이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금융지주회사 도입은 그러한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대형화·겸업화·전문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매우 유용하고 필요한 제도입니다.
_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는 추가로 공적자금을 조성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오히려 확실한 공적자금 조성과 신속한 투입이 금융시장 안정과 구조조정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서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리해줄 경우 금융시장이 조기에 안정되는 장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이 들어가면 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가 오히려 요원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받은 64조원의 공적자금 범위 안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데 노력을 다할 방침입니다.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자구노력과 철저한 손실분담을 전제로 하고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매각과 부실책임자에 대한 책임추궁도 철저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조성된 공적자금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그때가서 다시 생각해볼 예정입니다.
_정부가 지난 6월 채권전용펀드 10조원 조성목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현재 실적이 미흡합니다. 이에 대한 추가대책은 없는지요.
▲정부가 마련한 금융시장안정대책 중 일부는 시행되는 데 일정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채권형 펀드의 경우도 그렇다고 봅니다. 신용평가라든지 모집절차 같은 것이 마무리되고 나면 계획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는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기업의 구조조정도 뒷받침할 수 있고 경제개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금융개혁과 시장안정을 함께 실현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식시장과 코스닥시장도 매우 불안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지요.
▲정부도 그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자금난은 금융기관에 있는 돈이 실수요자인 기업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결국 금융기관의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 스스로가 건전한 구조를 갖추지 못하다 보니 원활한 자금공급 기능을 다할 수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구조조정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마무리돼야 합니다.
정부는 그러한 인식에서 금융구조조정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세계은행 차관자금 10억달러와 국내외 투자자금 등을 활용해서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조기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금융기관이 건전해지면 금융기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향상돼 투자가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기업자금지원도 원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금흐름의 선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이와 병행해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하루속히 마무리짓는 것도 중요합니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튼튼해져야 돈이 모입니다. 주가도 오르고 금융기관도 돈을 풀게 됩니다. 결국 금융과 기업 모두 구조조정을 착실히 해야 자금사정도 좋아지고 경제도 사는 것입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재계에서는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을 대신할 수 있도록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 문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기업경영에 대한 내외의 감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주회사는 재벌의 복잡한 출자관계를 단순화시켜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적은 자본으로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총수 중심의 선단식 경영행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 부작용은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주회사 설립 여부는 그러한 우려가 불식된 상황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중에는 8, 9월 벤처기업의 대규모 도산을 의미하는 「대란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의 주요성과 중 하나인 벤처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유망한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이 있으시면 밝혀주십시오.
▲그러한 「대란설」은 수익성이 취약한 일부 인터넷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이 좋고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기업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정부도 그러한 우수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중 약 1조원의 민간 벤처투자자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벤처기업간의 M&A를 활성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워싱턴 지역에 한국 벤처센터를 설립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전국의 벤처기업 밀집지역을 「벤처기업 육성촉진기구」로 지정, 각종 혜택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_의약분업과 금융지주회사제 추진과정에서 집단행동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이같은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대응방안은 없습니까.
▲개혁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 않으면 생존도 없고 발전도 없는 필수불가결의 과제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개혁의 필요성과 총론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찬성하며 더 빨리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이해가 걸리면 태도가 달라져요.
개혁은 오랜 기간 쌓여온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이나 반대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국민 다수의 복리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서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패배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의견이 있으면 분명하게 제시해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입니다.
이 정부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개혁은 중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반대가 있을 경우에는 원칙과 법, 민주적인 방법에 따라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이기주의만큼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됩니다. /정리=황인선 정경부차장 HIS@SED.CO.KR 입력시간 2000/07/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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