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열한 번째 맞는 자동차의 날이다. 자동차의 날은 자동차 수출 누계가 1,000만대를 돌파한 1999년 5월12일을 기념해 2004년 제정됐다.
1903년 고종황제의 어차가 등장한 이래 1955년 '시발(始發) 자동차'와 1975년 고유 모델 '포니'를 거치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자동차 생산 반세기 만에 생산량 기준 세계 5위국에 올랐으며 총누적 생산량도 1억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올 하반기 2,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늘날 자동차는 산업이 아닌 환경의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송 부문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이느냐의 문제가 국내 온실가스 감축의 관건인 상황에서 자동차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배출원으로 눈총을 사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동차 부문에서 녹색 변화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차량의 크기는 오히려 대형화되는 추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2년 50% 수준이던 자가용 중 소형차 비중이 2011년에는 24%로 대폭 줄어들었다. 1,000㏄ 이하 경차 비중은 8%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대형차는 같은 기간 동안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중대형 자가용을 선호하는 체면 문화 때문에 수송용 연료 소모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수송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고 산업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특정 업계의 노력이 아니라 전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정책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도로 수송 분담률이 지나치게 높고 나 홀로 차량이 많아 도로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다. 먼저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쉬운 도로 환경을 만들고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자동차의 운행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를 타야 한다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 연료의 경우 전기차나 연료전지차가 주목받고 있으나 인프라 구축, 가격장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액화석유가스(LPG)와 같은 저공해 가스에너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스체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대비 10% 정도 적으며 최근 강력한 지구온난화 원인 물질로 부각되고 있는 블랙카본과 같은 입자상 물질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경차 등 소형차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 마련도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경차 보급률이 20%에 이르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70만톤가량 줄일 수 있다. 원유 도입량이 줄어 국제 수지 개선도 기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심의 차량 규제 체계를 확립하고 온실가스 저배출 차량에 대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이제는 생산이나 수출 대수와 같은 외형적인 부분을 넘어 자동차 소비 문화도 선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왕이면 작은 차를 타고, 친환경 연료를 선택하는 녹색 습관이 기후변화 시대 자동차 문화 선진화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