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한미조세협약 활용해볼만

FATCA 7월 시행 … 세금 피하려면
한국 거주 미 시민권자 등 계좌 신고 의무까지 생겨
관련 컨설팅 시장도 관심


얼마 전에 잠시 귀국한 미국 주재원 A씨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해외계좌의무납세법(FATCA)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찾았다. FATCA가 시행될 경우 미국 조세당국에 세무신고에 대한 의무뿐 아니라 계좌신고에 대한 의무도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소득이 발생한 계좌의 경우 미국 조세당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계좌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FATCA 시행을 앞두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 영주권자ㆍ시민권자, 그리고 미국에 거주하는 주재원 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ATCA가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에 예치된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주재원 중 잔액이 5만달러 이상인 개인계좌와 25만달러 이상인 법인계좌는 미국 조세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일부 당사자들의 경우 미국 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예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하거나 계좌를 해지하고 금을 사두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현재 이들이 합리적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다.

우선 미국 조세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해결방안인 OVDP(Offshore Voluntary Disclosure Program)를 활용하는 것이다. OVDP는 과거 8년간의 해외 금융자산을 자진신고하는 프로그램이다. OVDP를 활용해 미 조세당국에 신고할 경우 지난 8년 동안의 연간 잔액 중 최고액의 27.5%와 그동안 내지 않은 세금, 이에 따른 이자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 다만 OVDP를 활용할 경우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다.

한미 조세협약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한미 조세협약 3조에 따르면 한국 납세자와 미국 납세자로 동시에 포함될 경우 인적·경제적 또는 중대한 이해관계 등을 판단기준으로 더 가까운 나라의 납세자임을 주장할 수 있다. 즉 한국 납세자로 판단되면 미국에 세금 보고나 해외 금융자산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별로 한국 납세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지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세법에 근거해서 세금·이자·과징금에 대해 면제를 주장할 수 있다. 미국 국내 세법(IRCㆍInternal Revenue Code) 6662조에 따르면 납세자는 '법률적 무지(ignorance of law)'를 주장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한인 교포에게 적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방법"이라며 "다만 이 방법은 미국 연방법원에서 아직까지 판례로 인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한 컨설팅시장도 틈새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미국계 회계법인 CKP의 고혁준 이사는 "법무부에 등록된 국내 체류 미국 국적자 13만명을 포함해 총 30만명이 FACTA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 많은 수는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부인 약 1,000명 정도가 관련해서 컨설팅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이사는 이어 "미국은 의도적으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와 비의도적으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 처벌이 다른데 실제 최근 이와 관련해서 문의해오는 사람이 많다"며 "법률적인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법무법인들도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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