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스토리] 동서독 통일과 독일 증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Berlin Wall Tumbles)"를 머리기사로 보도한 런던헤럴드의 1989년 11월11일 1면.


1960년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던 독일 증시가 1989년 11월9일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본격 상승 추세를 보였다. 독일 분단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그것. 1990년 10월3일 분단 41년 만에 동서독이 하나의 국가로 합쳐지기 전까지 독일 증시는 2,000선 중반까지 치솟는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통일 기대감으로 이어진 상승 랠리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천문학적 통일비용 등 후유증이 악재로 부각되면서 치솟던 독일 증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 증시는 동서독 통일이 이뤄진 1990년 후반부터 2년 동안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끝없이 추락하던 독일 증시는 1993년부터 반등에 나섰다. 1993년 1,311포인트를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일 후유증이 점차 수그러들면서 독일 증시는 2000년 8,000선을 웃도는 등 8년간 520%가량 치솟는 호황기를 보였다. 독일 증시가 통일이라는 재료를 근간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기도 했으나 결국은 동서독이 하나된 1990년을 전후로 18년간 1,600% 크게 오르는 대세적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동서독 통일은 한때는 호재로, 때로는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증시가 크게 오르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지난 12일 남북 장관급 회담이 끝내 결렬되면서 한반도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경기는 물론 증시 전망도 밝지 않다. 총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만한 해법이 필요하다.

위기 탈출을 위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 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분단국가라는 역사는 물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우리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지닌 독일의 과거 사례가 해답은 아닐까. 어쩌면 이들이 지금껏 걸어온 길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가 무심결에 스쳐 지나쳤을 수 있다.

증시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나온 역사는 "남북통일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다는 점 만으로도 국내 경제나 증시에 훈풍이 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앞서 독일 통일의 사례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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