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사전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13일 입법 예고했다.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내용과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되면 주민 의견수렴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발기간이 최대 60일까지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원수이자 암덩어리' '사생결단'이라는 고강도 표현까지 동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를 환경 분야에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납득 못할 조치는 아니다.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입지 같은 규제는 풀면서 환경 관련 규제로 한쪽 발을 묶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내 땅에는 무조건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에 묶여 발전시설 같은 필수사업이 차질을 빚는 일도 없어야 한다. 대통령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라고 연일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데 환경부가 외면만 할 수는 없었으리라.
문제는 개발단계에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위험이다. 아직 사업을 추진조차 안 했는데 환경에 미칠 영향을 논하는 평가서 초안이 제대로 만들어질 리 없다. 주민 의견수렴을 위해 초안에 대한 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개발의 청사진과 파급효과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다. 자칫 부실평가와 난개발로 주민과의 갈등만 커질 수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된 주민 의견이 평가에 제대로 반영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개발주체의 입맛에 맞춰 진행된 게 어디 한두 번이었나.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22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결국 총체적 부실로 판명된 4대강 사업의 비극 뒤에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2012년에는 평가를 허위로 기록하거나 조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평가대행 업체들이 14곳이나 무더기로 적발된 적도 있다. 사전평가 규정이 엄격했을 때도 이랬는데 사후평가로 넘어간 후에는 얼마나 더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환경규제를 없애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1981년부터 제도 도입 이후 끝없이 제기돼온 환경영향평가의 공정성 담보가 그것이다. 개발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 지금의 평가 시스템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잠시 맡고 있는 깨끗한 공기, 쾌적한 환경을 후대에 넘겨주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예고한 법 개정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