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이자만 22억 쌓이는데…" 긴 한숨

■ 착공 5개월 만에 중단된 북아현1-3구역 가보니
시공사 공사비 인상분 포기 불구 사업지연에 부담금 감당 역부족
조합원 총회 무산에 공사 멈춰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갔지만 4월 말부터 공사가 멈춘 서대문구 북아현1-3구역 현장 전경. 멀리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아현3구역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 아파트가 보인다. /김상훈기자

22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북아현뉴타운1-3구역.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간 공사현장은 입구가 닫힌 채 조용하기만 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마포구 아현뉴타운3구역이 골조 공사에 속도를 내면서 대단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북아현1-3구역은 지난 2010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와 철거 작업에 들어갔지만 정작 착공이 이뤄진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권사운 북아현1-3구역 재개발조합 사무국장은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과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명도소송 판결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보니 이주·철거에만 3년을 허비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사에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5개월을 넘기지 못한 채 지난 4월 말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사업지연으로 금융비용 등 조합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비 명목으로 시공사로부터 대출받은 1,200억원의 이자가 사업지연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무이자 융자를 제외하더라도 689억원에 대해 3년간 연 7.5%의 이자가 꼬박꼬박 쌓여간 것.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대신 현금 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도 잇따르면서 2010년 당시 200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청산액이 지금은 1,8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나마 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용적률 등이 완화되면서 분양 수익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급증한 조합원 부담금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바뀐 사업계획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안에 따르면 2010년 당시 100.05%였던 비례율은 81.7%로 뚝 떨어졌다. 비례율이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익을 조합원의 자산총액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올 들어 지난 1월과 3월 문제 해결을 위해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정상화 모임, 시공사 등이 모여 일반분양가를 3.3㎡당 1,930만원에서 2,008만8,000원으로 높이고 시공사도 사업지연에 따른 도급공사비 인상분 689억원 중 492억원을 양보하기로 합의, 비례율을 88%까지 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개최할 예정이었던 조합원 총회가 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결국 공사 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

시공사 관계자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사업지연에 따른 도급사업비 인상분을 포기했음에도 관리처분변경계획안이 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시공사 입장에선 합의한 대로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가 멈춰 있는 와중에도 한 달에 22억4,000만원에 달하는 이자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사업비는 고스란히 주민이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정비 업계의 한 전문가는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여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공공 목적의 재개발사업이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면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한 게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주민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이는 다시 수익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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