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품이자 최고경영자(CEO)들의 시계 '롤렉스'는 '아들과 손자에게 물려주는 시계'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100년 넘는 역사 속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철저한 사후 서비스는 물론 '1인당 하루 생산량 3개'라는 철저한 장인 정신 덕에 대를 이어 물려줘도 좋을 시계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롤렉스 시계를 사면서 "가장 큰 시계 회사가 아닌 가장 좋은 시계를 만드는 회사"를 지향하는 그들의 철학도 함께 구매한다.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도 '손자까지 물려줄 수 있는 펀드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지난 2008년 선보인 펀드다. 에셋플러스운용의 유일한 국내 주식형 펀드인 이 상품은 포트폴리오에서 우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5~20%로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올 1월 말 기준 펀드 편입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총 3개가 우선주다. 삼성전자 우선주가 8.06%로 비중 기준 2위(1위는 삼성전자 12.96%)고 LG화학 우선주가 4.21%로 3위, 현대차 우선주가 4.07%로 5위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의 특성에는 '지속 가능한 기업 이익은 주주의 몫이 돼야 한다'는 운용사의 철학이 들어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ㆍ사진)은 "투자자가 주식을 산다는 것은 주주가 되는 것이고 주주의 몫은 해당 기업의 지속 가능한 이익"이라며 "기업의 이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게 우선주라는 판단하에 비중 있게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그 대신 배당률은 보통주보다 높은 편이다. 의결권이 없고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국의 우선주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는 게 최 상무의 지적이다. 그는 "독일 폭스바겐은 보통주보다 우선주가 5% 더 비싸고 대부분의 우선주들은 평균 주가 대비 80% 이상에서 거래가 된다"며 "이미 우선주의 가치를 알고 있는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우선주 지분이 국내 기관보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식으로 사고 싶은 특정 기업이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발행했고 현재 저평가된 상태에서 우선주 유동성이 충분하다면 우선주를 사는 게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투자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리치투게더는 '1등 기업 위주의 가치투자'를 표방한다. 에셋플러스운용이 말하는 1등 기업은 무엇일까. 흔히 업종 대표주를 1등 기업으로 생각하지만 에셋플러스운용은 다른 정의를 내린다. 최악의 불황에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1등 기업인데 이를 평가하는 기준은 산업마다 다르다.
예컨대 장치산업(화학)은 생산 능력이 큰 회사, 소비재는 브랜드 가치나 판매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회사, 정보기술(IT)산업은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회사가 1등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다. 단순 매출액을 넘어 산업별 경쟁력,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1등을 좌우하는 것이다. 최 상무는 "과거 은행 섹터 종목에 투자하면서 당시 자산 규모 1위 은행이 아닌 인력 구성이 뛰어난 은행에 장기투자를 했는데 그 종목은 현재 은행업종 내 시가총액 1위가 됐다"고 말했다.
코리아리치투게더의 종목 편입 원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2원칙은 '회계적 잣대 위에서 상식의 잣대로 재무제표를 재해석한다'와 '정태적 가치 위의 동태적 가치에 주목한다'이다. 이 어려운 기준을 설명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NHN이다. 최 상무는 "NHN은 대부분이 무형의 자산으로 가치를 매기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통해 투자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상장 후 10년이 넘은 지금도 투자 대상이 못될 것"이라며 "그러나 유선 PC 기반의 포털로 1위를 유지하다가 모바일 매체 환경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해 시가총액이 13조원까지 커졌고 지금도 기업가치를 올리고 있어 투자 매력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원칙은 '절대적 가치보다 상대적 가치에 주목한다'이다. 예컨대 미국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 반도체 시장에서 대등한 위치에 있지만 밸류에이션은 하이닉스의 60% 수준에서 평가받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가 마이크론과 격차를 두고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유사 기업, 대체 자산 간 상대비교를 통해 싼 종목을 발굴하는 게 세 번째 원칙의 골자다. 최 상무는 "과거 현대차가 독일에서 폭스바겐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았던 국면이 있었다"며 "현대차가 단순 PER로는 여전히 싼 편이었지만 상대비교 때는 그렇지 않아 비중을 줄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또한 '중국 소비 시장 성장' '모바일 생태계의 변화' '고령화 시대'라는 세 가지 테마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이 상당 기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3개 테마는 한국 주식시장 내 성장기업에서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섹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