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표팀 경영' 빛났다

U-20월드컵 8강진출
스타없지만 '톱니바퀴 조직력'에 치밀한 전략·과감한 판단도 압권

'초보 감독 맞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18년 만에 8강 진출의 영광을 재연한 한국청소년대표팀 돌풍의 밑바탕에는 홍명보(41) 감독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홍 감독의 '대표팀 경영'은 여러 모로 눈길을 끈다. 우선 화려한 스타가 없는 팀을 이끌고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대회 참가팀들은 구성원 절반 이상이 프로팀 소속이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팀은 21명 가운데 9명이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6일(한국시간)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몰아친 김민우(연세대)와 선제골의 주인공 김보경(홍익대)은 이름도 낯선 대학생이다. 역대 대회에 출전했던 이동국ㆍ최성국ㆍ박주영ㆍ신영록 같은 걸출한 스타도 없이 파라과이를 격침한 것. 특급 미드필더 기성용(서울)마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결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이름 값에서는 떨어지지만 기술이나 축구지능은 뒤지지 않는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기초부터 탄탄히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 감독은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히딩크식 파워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렸고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만들었다. 한두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들을 중용한 것도 주효했다. 왼쪽 풀백과 왼쪽 측면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를 넘나들며 중원의 핵심 역할을 했던 김민우, 왼쪽 날개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김보경 등이 대표적이다. 치밀한 전략과 과감한 판단도 압권이었다.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카메룬에 0대2로 패하자 홍 감독은 공격진 전원을 교체하는 등 포지션을 재구성했다. 독일전에서 극적인 1대1 무승부를 일궈낸 뒤에도 또 조합을 바꿨다. 결과는 엄청났다. 조별 리그 마지막인 미국전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대며 3대0 대승을 거뒀다. 파라과이전에서도 풀백 요원이었던 김민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김민우 시프트'가 멋지게 적중, 홍 감독이 거둔 성과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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