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악영향 우려… 마케팅 탄력적으로"

자동차·전자 업계“사태 장기화땐 판매전략 변화 불가피”
해외 채권발행 비용상승·M&A 자금조달등에도 적극 대비


“도미노가 어디까지 쓰러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대기업 재경팀 임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폭풍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증시에도 휘몰아치며 기업들이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겉으로는 당장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자칫 서브프라임 위기가 도미노식으로 확산돼 금융은 물론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매출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아직까지 직접적인 차량판매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나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시장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판매 및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사태 추이와 경쟁업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판매 및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주겠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충격에 예의주시=주요 기업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제품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북미시장이 국내 전자ㆍ자동차 업체의 주력 수출시장인 만큼 서브프라임 사태의 장기화는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체 해외영업담당 임원은 “해외법인들의 자금상황 등을 점검하는 한편 지역별 소비심리 변화를 예의주시해 마케팅 전략에도 탄력적인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은 일단 북미 주택경기 하락에 따른 대형 가전제품과 소비심리 하락으로 인한 고가 휴대폰 등의 판매감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당장 우려가 현실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환율변동에 따른 제품 가격경쟁력의 상승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 전사경영전략회의에 이은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ㆍ기아차도 환율 인상에 따른 수익성 향상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하지만 당장 가격인하 등의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환율 인상이 아직은 단기적인 상승인데다 상승폭도 미미한 만큼 가격조정 등의 조치도 환율 흐름을 지켜본 뒤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환율이 10원 오른다면 현대차는 400억여원, 기아차는 300억여원의 영업이익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금조달 비용 증가에 대비=대기업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해외 발행 채권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2,000억원의 해외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던 기아차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자금 조달처를 국내로 전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 한전의 발전자회사(중부발전ㆍ남동발전 등) 등도 하반기 해외사채 발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단기적인 충격으로 판단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파장이 중ㆍ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당장 자금집행이나 경영전략 차원에서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5월 차환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5억달러 규모의 유로채권을 발행한 만큼 서브프라임 위기에서는 한발 비켜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채권 발행 금리는 리보+70bp. 현재 시장 스프레드가 100bp를 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유리한 조건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일부 기업들이 국내에서의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한진중공업과 LS전선이 각각 1억달러 수준의 만기 3년 외화공모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해외자금 조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자 외화공모사채 발행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지만 국내 은행들의 보유 달러도 한계가 있으므로 조달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시장 눈치보기=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기업은 대형 M&A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두산인프라코어는 49억달러의 대형 M&A를 성사시킨 후 인수자금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에 박용만 부회장이 직접 IR에 참석해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해 올해 내 인수대금을 완납하겠다”고 말했다. M&A업계에서는 6억달러의 재무적 투자가와 30억달러의 신디케이티드론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는 하반기부터 대기하고 있는 국내 대형 M&A 이벤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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