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사이에 거센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쟁심화에 따른 성장둔화와 수익하락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ㆍ도이체방크ㆍ씨티그룹ㆍ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IB들이 최근 들어 아시아 지역 지점과 법인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주로 근거지를 두고 있는 르네상스캐피털은 홍콩과 베이징 사무실을 철수했다. 르네상스캐피털이 러시아와 아프리카 영업에 중점을 둠에 따라 일부 영업점의 문을 닫은 것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중국 기업을 관리하는 부서 직원 가운데 7명을 해고했다. 도이체방크의 호주 투자은행 부문 직원 수는 지난 2010년 115명에서 현재 95명으로 줄어들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일본 부동산대출 부문 직원 수를 지난 4년간 30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였다.
23일 중국 중신증권에 인수된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의 자회사 크레디리요네(CLSA)증권도 지난달 아시아법인에 근무하는 2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이 같은 감원 칼바람은 홍콩ㆍ일본ㆍ호주 등에서 집중적으로 일고 있다. 영국 리서치 회사인 코얼리션에 따르면 주요 IB들의 올 1·4분기 아시아 지역 해고직원 수는 전체 해고직원 수의 1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의 8%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거래 규모도 금액 기준으로 올 들어 22.4% 급감한 7조6,34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14.4% 줄어든 미국은 물론이고 채무위기로 혼란을 겪고 있는 유럽의 감소폭 21.5%보다도 크다. 거래감소로 아시아 지역에서 IB들이 벌어들이는 자문수입도 올 상반기 59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4% 급감했다.
데이비드 라이언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현재 고용시장은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아시아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여전하지만 IB들은 당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어 올해 (인원감축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