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수술 필요한 장시간 근로


지난 2007년 유엔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근로를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12월 1주일 단위로 주간ㆍ야간 근무를 번갈아가며 자동차 조립공정에 종사하는 교대근무자가 수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인정하고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주야 2교대제를 실시하는 국내 완성차업체 근로자들이 주당 평균 55시간 이상 일한다고 확인했다.

근로시간 유연화ㆍ임금체계 개편을

이러한 장시간교대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사용자들이 근로시간 혹은 공장가동시간에 관한 경직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 공장가동시간 혹은 업무시간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매출액이 증대하고 회사가 발전한다는 단선적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장시간근로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원청업체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도 하청기업의 수익률ㆍ지급능력을 떨어뜨려 저임금 장시간근로체제의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납품경쟁이 심한 업종의 경우 투자 설비의 고정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이익수준이 낮더라도 가격경쟁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려는 하청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셋째, 느슨하게 오래 일하는 작업장 문화다. 이는 사용자의 느슨한 생산관리 관행과 근로자들의 오랜 작업습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행은 과거 높은 노동강도를 동반한 장시간근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근로자들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생산설비 자동화가 진전되고 근로자들의 학습효과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에서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시간교대제 관행을 해소하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수요가 많은 시간에 연장근무를 축적했다가 비수기에 단축근로를 통해 차감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방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제한을 주단위로 한정하지 않고 일단위ㆍ월단위 혹은 연단위 제한을 신설해 근로시간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 단시간근로자 고용을 확대하는 것도 고용수준을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을 개선, 생산성ㆍ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저임금 장시간근로 문제를 개선하려면 기본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연장수당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의 임금체계도 재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과배분제를 도입하고 생산성 향상, 불량률 저하, 연장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목표를 노사가 공동으로 세우고 이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원청업체 연대책임도 강화할 필요

하청업체의 불법적 장시간교대제 관행에 대한 원청업체의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제조물의 결함이 부품ㆍ원재료 때문인 경우 해당 제조업자가 책임을 지고, 완성품 제조업자도 연대채무를 지듯이 근로감독시 부품사가 연장근로제한과 같은 법률 규정을 위반한 경우 원청사도 연대책임을 지고 행정지도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장시간근로로 발생하는 근로자의 광범위한 건강상 문제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보상책임을 하청업체뿐 아니라 원청업체에도 물어 불공정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줄이도록 유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급계약시 연차휴가를 보장하는 표준계약서를 작성ㆍ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생계형 근로자들은 소득수준이 낮아 불리한 근로관행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 최저임금과 같은 최저연차휴가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시간근로체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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