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코스피 2,000 시대]<1> 3년만의 귀환


14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에서 만난 투자자들의 얼굴은 모처럼 밝았다. 이날 장 시작과 함께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고 줄곧 강세를 유지하면서 대세적인 상승에 대한 확신이 퍼졌기 때문이다. 주부 A씨(40)는 “2,000포인트를 이제 돌파했으니 3,000포인트까지 쭉 갔으면 좋겠다”면서 “얼마전 펀드를 해지할 기회가 있었는데 참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면서 증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온갖 악재로 고생했던 투자자들 얼굴에서는 “이제야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묻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 2,000 재등정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이제 주식의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증시로 돈이 몰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 “2,000 넘어 3,000 가자”= 3년만에 2,000선을 넘어선 이날 증시의 분위기는 좋았다. 이날 대신증권 객장에서 만난 개인투자자 K씨(52)는 “코스피 2000 돌파도 중요하지만 안착이 더 중요하다”면서 “우량주에 더 돈을 집어넣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홍 동양종금증권 김기홍 과장도 “바닥을 다지고 올라왔기 때문에 지수 2,000포인트에 대해 부담을 갖는 투자자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중심의 매수확대와 IT주 등 기업이익 증가로 연말랠리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배 대신증권 영업부 차장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최고 2,700까지 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지수가 2,000을 돌파하면서 객장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며 “직접투자자들의 수익률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표정은 좋은 편”이라 고 말했다 ◇“주가는 여전히 싸다”=증권업계에서 2,000 시대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은 현재 증시가 그에 알맞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점 논란이 있던 2007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내세우는 핵심은 ‘주가가 여전히 싸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은 기업 적정가치를 기준으로 현재 주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통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사용한다. 앞으로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할 때 현재 국내 증시의 PER은 9.9배로, 글로벌 증시 평균(11배)보다 낮다. 앞서 2,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지난 2007년에는 13배를 넘었었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PER가 낮은 것은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도 3년전보다 3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기업의 실적이라는 핵심 펀더멘털이 뒷받침해주는 상황에서 이제 주가가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7년과 동일한 밸류에이션으로 본다는 현재의 코스피지수는 2,700포인트를 넘어야 한다”며 “2,000포인트가 심리적 저항선일 뿐 앞으로의 주식시장에 특별한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올들어 국내증시에서 21조원을 사들였다. 이는 국내 기업실적과 경제라는 펀더멘털이 확고하고 원ㆍ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올 여지가 큰 상황이다. 여전히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따르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도 한국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이후 주가가 20% 가까이 단기 급등했다는 점에서 속도조절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내년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주요 위험자산 가격마저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긴축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단기 급등한데다 내년도 증시 전망도 낙관 일변도라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며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 지속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미들은 “2,000 실감 안난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전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로 매수의 주체가 되면서 주로 대형 우량주들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들이 이번 상승장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크다. 이날 만난 한 개인투자자도 “2,000포인트가 뭔 필요가 있나”며 “나 같은 개인이 갖고 있는 중소형 주식은 오른 게 없다”고 푸념했다. 다만 앞으로는 대형주와의 키맞추기 차원에서 중소형주의 반등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엔 밸류에이션 장세로 수익률 키맞추기가 진행되면서 기존 1등주에서 2등주,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주도주가 확산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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