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6월 17일] 디지털 콘텐츠의 한류 꿈꾸며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이 살벌한 글로벌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고들 말한다. '세계대전'에 비유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어떤 이는 위기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기회라고 하기도 한다. 사실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스마트폰 제조업체 팜(Palm)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스마트폰 세계대전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것도 시장가격의 23%나 되는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한 것이다. 현재의 미국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HP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절실하게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드웨어 기술력 타의 추종 불허 이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마치 우주공간의 블랙홀처럼 PCㆍ넷북 등 하드웨어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등 기존에 존재하던 개별 IT 시장의 영역을 자신의 수중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구글ㆍMS뿐만 아니라 세계 1위의 하드웨어 업체인 HP까지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삼성ㆍLGㆍ노키아 등 기존의 휴대폰 강자들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전통적 모바일 강국의 위치마저 빼앗길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국은 하드웨어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출시 첫날 70만대라는 기록적 판매고를 올린 아이패드에도 우리 기업의 반도체와 LCD가 들어간다. 누구나 인정하는 하드웨어를 제쳐두고 이제 우리가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부분은 바로 콘텐츠 경쟁력이다. 중요한 사실은 콘텐츠 경쟁력도 우리의 하드웨어 산업에 축적된 기술력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경쟁구조를 단순히 따라가지 않고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꾸준히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해왔고 지금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제 IT는 기업 연구소의 연구결과나 생산 현장의 효율성보다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누가 만들어내느냐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별한 스토리를 갖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는 앱스토어처럼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유통시키는 플랫폼을 가져야 하며 다른 산업 현장의 기술과 화학적으로 결합되는 새로운 IT 융합 기술들만이 팔리는 시장이 된 것이다. 현실에서 답은 우리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콘텐츠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호평받는 우리의 전통 웰빙식이나 한류의 주역인 문화 콘텐츠에서 보듯 IT 분야에서도 우리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와 유통구조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창의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IT 수출액은 지난 4월 기준으로 126억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기록을 만들었고 흑자 규모는 전체 무역수지의 3배에 달할 만큼 우리 경제에 있어 보배 같은 존재이다. 지식경제부도 이를 잘 알고 우리 IT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올 한해 9,881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는 정보통신기술진흥 시행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세계시장 통하는 콘텐츠 내놔야 이런 질적 변화가 요구되는 시장 상황에서 IT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우리 IT 중소기업들의 반짝이는 기술력을 발견할 수 있는 전문 전시회들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최ㆍ지원으로 연간 수차례 개최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도 찾아오는 이들 전시 행사에 적극 참여해 경쟁하고 자극도 받으며 글로벌 IT 시장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한류를 만드는 희망의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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