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3차협상 입장차만 재확인 '제자리 걸음'

美 "상계관세도 협상대상 아니다" 주장…개방원칙 이견
국경간 거래 제한 허용, 금융서비스 분야만 다소 성과
최대 쟁점 섬유·농산물 진전없어 4차협상도 진통 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양국 협상단은 시애틀에서 4일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양측간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양국 수석대표는 희미하더라도 양국간 개방에 대한 큰 그림을 완성하려고 했으나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상품 분야에서 양국의 핵심적 이해가 달린 섬유와 농산물 분야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해 향후 협상에서 격렬한 진통을 예고했다. ◇상품 개방협의, 제자리걸음=미측이 협상 첫날 상품 분야에서 수정양허안(개방안)을 제시하고 섬유 분과에서도 수정안을 주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 출발은 괜찮았다. 하지만 미측이 제시한 수정안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미측은 “수천억원을 양보한 셈”이라고 했지만 우리 측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미국이 이렇게 나와도 되느냐”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이와 관련, 한국 측의 농산물 개방이 확대되지 않으면 섬유 등 상품 분과의 개방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측은 “농산물 개방안을 보면 한국이 미국의 상품개방안에 대해 비판할 처지가 아니다”며 피장파장이라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미측의 농산물 개방 요구와 관련, 수입액이 많으면서 국내 생산량은 미미한 옥수수ㆍ밀ㆍ콩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관세인하 협상에 나섰지만 전반적인 수정개방안은 4차 협상을 전후로 제시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쌀은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서비스 개방, 양국 요구만 확인=서비스 중 별도로 논의 중인 금융서비스 분야만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 미측은 국경간 거래에서 보험중개업과 자산운용업에 대해 논의를 집중했으며 우리 측이 제한적으로 시장개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에 수긍했다. 신금융서비스 역시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반 서비스 분야에서는 전문직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양국이 동의했을 뿐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했다. 미측은 49%로 제한된 기간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의 외국인 지분제한 확대를 요구했다. 아울러 법률ㆍ회계의 구체적 개방계획을 제시하라고 해 추가 개방을 요구할 계획임도 분명히 했다. 반면 우리 측은 미국이 25%로 제한하고 있는 항공사 외국인 지분제한을 우리 수준(49%)으로 높여줄 것을 요구했으며 미측의 연안해운 서비스에 국내 기업의 진출을 허용하고 해운서비스 전반에 시장개방을 명문화하라고 했다. 전문직 비자쿼터 배정, 일시입국 원활화 등도 계속 요구했다. ◇개방원칙에 대한 이견도 여전=반덤핑 규제완화 등 우리 측 관심이 큰 무역구제 분과에서 협상은 진행됐지만 양측간 핵심적 이견에서는 진전이 전혀 없었다. 미측은 “반덤핑 문제뿐 아니라 상계관세 분야도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 측이 중요시 여기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미측이 정치적 사안이라며 선을 그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아울러 분쟁발생시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해서도 미측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벌규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측이 협정문 내에 ‘재벌(chebol)’이란 용어를 삭제할 것을 주장했으나 미측은 공정거래법의 동등 적용을 요구하는 수준일 뿐이라며 추가적인 의무부담은 없으니 유지하자고 했다. 협정문에서 한글본을 인정한다는 당연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고 노동과 환경ㆍ지적재산권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일부 분과에서 진전이 있었으나 핵심적 쟁점에서 양국간 이견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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