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현대자동차 이계안사장] 직원들이 보는 이사장

이계안사장은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시작해 회의로 끝나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워낙 막중한 일을 맡은데다 정세영 명예회장 당시 자동차문제는 일체 관여하지 않던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를 직접 챙기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의 행동반경은 과거에는 정몽구 회장실이 위치한 14층과 정세영명예회장이 있던 8층을 오가던데서 정주영명예회장 집무실이 있던 15층까지 넓어졌다. 현대자동차에 최근 「정주영회장 특명」이라는 지시문이 자주 내려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로 인해 李사장이 직접 임직원들과 부닥치는 일도 빈번해지면서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李사장에 대한 진솔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룹종기실에 근무당시에는 임직원과 부대낄 일이 적었던 반면 요즘은 머리를 맞댈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직원들의 사기를 꺽지 않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하도록 독려하는 스타일』『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어 무리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고 의견을 스펀지처럼 잘 받아들여 모시기 편하다』『일을 추진할 때 무서운 속도로 올아치는 추진력이 강한 경영자』라는 평가들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반드시 음지가 있는 법. 그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임직원들도 있다. 『너무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곧 상대방에 대한 문을 좁혀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모든 것을 수치화하려고 하고 스스로를 너무 믿는 상사에게 누가 따뜻한 인간적인 체취를 찾아 접근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참모스타일이지 최고경영자 스타일은 아니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적인 친화력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예절을 강조한 지시문은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李사장을 가리켜 조선시대 세조를 옹립한 한명회에 비유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덩치가 너무 커질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한 정세영명예회장이 반대한 기아인수를 주도해 결국 성공해냈고 결국 정세영명예회장가의 분가까지 이뤄낸게 한명회의 역할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40대 사장이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1부회장-3사장단과 기아자동차 김수중(58)사장 등 대부분이 60세를 전후한 장년층인데 반해 중재자이자 해결사 역할을 부여받은 李사장의 연배가 짧아 당사자들이 다소 불편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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