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윤준상이 제시한 그림

제3보(39~50)


이 바둑을 주제로 ‘87트리오’인 이영구, 홍성지, 윤준상이 정밀검토회를 가졌다. 이들 3인은 송아지삼총사 이후에 가장 촉망받는 소년 맹장들이다. 송아지들은 85년생 소띠인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을 일컬은 것이었는데 그들이 훌쩍 커버리자 더이상 송아지로 불리지 않게 되었다. 87트리오는 물론 87년생이다. 이들의 검토회가 열리던 날 우연히 한국기원에 들른 이세돌이 검토에 가담하여 소견을 솔직히 밝혔고 이렇게 해서 검토는 한층 심화되었다. 매우 큰 수로 보인 백40에 대하여 이세돌은 후회했다. 참고도1의 백1이 급소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흑이 4로 끊으면 백은 5에서 7로 좌하귀를 크게 지켜 백이 유망한 진행이라는 설명이었다. 87트리오는 실전보 백40에 대해서는 별로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낸 것은 실전보 백48이었다. “세돌이형. 이건 뭐야. 왜 이렇게 옹졸한 수를 둔 거야.” “그럼 어떻게 두어?” “무식하게 키웠어야지.” 윤준상이 제시한 그림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5였다. 머쓱해진 얼굴로 한참 들여다보던 이세돌은 고개를 끄덕여 찬성했다. 백48이 옹졸한 수라는 것은 흑이 49로 침입했을 때 50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나타나자 더욱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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