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청와대로 어떤 여인을 부르는가

■하늘은 청와대로 어떤 여인을 부르는가 정선호 지음/메트로신문사 펴냄 전통적인 예언서에 근거를 둔 한 권의 도참소설이 시중에 은밀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난 10월 대통령 선거 전에 출판된 `하늘은 청와대로 어떤 여인을 부르는가`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해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오랫동안 유ㆍ불ㆍ선 등 한국의 전통사상을 연구해 온 정선호 세명대 겸임교수 겸 한국의명연구소장이 한민족의 이상과 작금의 정치현실을 고려하여 쓴 이 소설은 조직과 지명도에서 절대 열세에 놓여있던 정진인이라는 주인공이 일반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금도 이 소설에 대한 시중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은 조만간 있을 한반도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기 때문.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정진인과 김정일 위원장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전격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나아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주인공이 통일합의서에 서명한 후 평양에서 서울로 귀환하던 중 통일에 반대하는 북한 군부의 강경파에 의해 저격당한다는 내용. 정진인은 임기를 일년가량 남겨둔 봄,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탈북 사건으로 북한 체제에 동요가 일자 김 위원장을 설득해 남북한간 통일을 이루는 데에는 성공을 거두나 예기치 못한 북한군 강경파에 의해 불의의 죽임을 당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지 여부를 떠나 이 소설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한반도에 통일이 이뤄지고 이를 성사해 낼 위대한 대통령이 우리 속에 내재해 있다는 저자의 자신감과 기대감 때문. 저자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여인이 소설의 제목까지 내놓으며 혼란스런 오늘의 정치 현실을 타개하고 통일을 이룰 인물상과 그 뒤를 바쳐 줄 여인상을 그려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에 답하는 심정으로 이 소설을 썻다고 밝힌다. 주인공인 정진인을 받쳐주는 여인은 고려시대 왕건을 지목했던 도선대사처럼 법력을 갖춘 법민선사의 고향 학마을의 후배인 허 처사의 딸 수월. 그녀는 주인공이 러시아와 중국 유학으로 오랫동안 국내 정치판을 떠나 있을 때에도 두레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남편의 귀국을 준비하는 정치력과 미모를 갖춘 뛰어난 여인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소설은 하나의 허구이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묘사된 내용이 모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최근들어 정치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겹치면서 도참사상에 귀가 솔깃해 지는 풍조가 일고 있는 것도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 가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어 본 한 대기업 경영자는 “최근 50ㆍ60대를 중심으로 이 소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저자가 비슷한 연령대인데다 한국의 전통사상에 근거한 이야기 전개가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현실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도외시한 근거없는 지나친 기대나 망상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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