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가전제품 영국시장 맹공… 가치 재발견

'가전제품'의 명가 LG전자가 영국 가전시장을 맹공하고 있다. 저가 제품을 양산하는 전자회사란 이미지를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다. 영국에서 LG는 '라이프 이즈 굿'(Life is Good)의 약자로 영국 회사로 통한다. 품질로 승부하는 고가 제품을 놓고 유럽의 강자인 독일의 보쉬, 지멘스,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단계에 와 있다. LG전자가 동원한 마케팅 전략은 '명품 이미지' 만들기다. 홍보비를 아끼지 않고 LG가전제품을 명품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14일 런던 시내 중심에 있는 코벤트 가든에서 영국 국가대표 올림픽리듬체조선수단 공식 후원 계약 체결 행사를 열었다. 리듬체조는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동원하지만 평소에는 인기가 적어 후원 기업 찾기에 고전하는 종목이다. LG는 이런 점에 착안해 영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유럽형 세탁기 트롬(모터 직접 구동 세탁기)을 홍보하는 매개로 리듬체조선수단을 선택했다. LG전자 세탁기가 리듬체조선수단을 후원하는 대신 리듬체조선수단은 세탁기 홍보를 돕는다는 것이 계약의 골자다. 행사는 영국 체육계 인사와 언론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LG는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비인기종목을 후원하기로 했다지만 내심 리듬체조의 고급스런 이미지가 LG세탁기로 이전되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여름에는 런던시내 유서 깊은 과학박물관에서 신제품청소기 'LG사이킹' 출시 행사를 열었다. 영국의 슈퍼 모델들을 불러 청소기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혀 패션쇼를 여는 등 현지 신세대 주부의 관심을 끄는데 주력했다. LG가 이처럼 영국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국내 전자업계의 기술향상으로 유럽의 고가 브랜드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때문인 것으로 보이다. LG전자 영국법인의 정호영 대표는 "휴대전화가 주력 품목이지만 세탁기, 냉장고,청소기 등 기타 가전제품도 시장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브렌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전통의 가전제품 강자들 때문에 시장 개척이 쉽지는 않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시장점유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LG 세탁기는 400파운드(약 74만원) 이상인 고가 제품 중에서 시장 점유율 34%를 차지하는 등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 데일리 메일이 지난 6월 보도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청소기 소비자 만족도는 36%로 6위, 청소기는 74%로 밀레에 이어 2위, 냉장고는 56%로 4위를 차지했다. 다수의 제품군에서 세계적인 브랜드와 자웅을 겨루는 수준이 된 것이다. 매출 규모는 휴대전화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유럽시장의 교두보 역할을하는 영국에서 LG 가전제품이 보여주고 있는 맹활약은 한 때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가전부문도 잘 만하면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해 주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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