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확보한 성관계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와 관련인물 소환조사를 시작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이날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보낸 동영상 분석 결과문에서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 전 차관과) 동일성 여부를 논단하는 것이 곤란하다”면서도 “다만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하게 관찰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원본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다시 촬영한 이 영상에 대해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원본 영상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관계자는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증언 등이 나와야 종합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동영상의 인물과 전혀 관련이 없어 억울하고 답답하다”면서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윤씨를 조사하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만큼 하루빨리 조사해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된 인사 중 처음으로 국장급 고위공무원 B씨를 지난주 소환조사한데 이어 전직 사정기관 고위공무원와 대학병원장 등 2~3명도 조만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22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B씨는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 초대돼 성 접대 등 향응을 받고 윤씨로부터 성 접대 동영상을 미끼로 협박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경찰 조사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별장 모임에서의 마약투약 여부를 가리려고 B씨의 체모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D건설이 지난해 모 대학병원 시설의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가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입찰 관련 서류 일체를 지난주 초 병원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경찰은 윤씨로부터 접대 의혹을 받는 이 병원 원장 C씨가 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밖에 D건설이 경찰 관련 체육시설을 수주한 경위와 윤씨가 강남지역에서 빌라사업을 할 때 전직 사정기관 고위간부 E씨에게 빌라를 헐값에 분양했다는 의혹 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검경이 합동 수사 중인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을 알아봐주는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거나 특정 변호사에게 사건을 몰아주고 수임료 가운데 일부를 챙기는 등 법조 브로커로 활동한 혐의도 함께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인 윤씨에 대한 강제 수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