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는 42.195㎞다. 평생 동안 한번 완주하기도 힘든 마라톤 풀코스를 무려 100번이나 완주한 직장인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조춘보(49) 대우조선해양 상선 시운전그룹 반장. 지난 1984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조 반장은 지난 11일 열린 제8회 김제 새만금 지평선 전국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2시간45분21초로 완주해 총 100회 완주기록을 달성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도 풀코스 완주기록이 40회일 정도로 100회 완주기록은 선수들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특히 조 반장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목표이자 꿈인 '서브스리(마라톤 풀코스를 세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를 100회 완주 중 91회 달성한 대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서브스리는 고도의 훈련량이 요구될 뿐 아니라 지구력 및 숙련된 체력 안배 등도 필요해 마라톤 고수들만이 가능한 기록이다. 사실 조 반장은 20여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무릎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했었다. 당시에는 마라톤은커녕 100m도 뛰지 못해 늘 무릎보호대를 차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과 함께 거제시 하청면 칠전도를 완주하는 14㎞ 코스에 도전해 완주한 후 그의 '마라톤 인생'이 시작됐다. 조 반장은 "퇴근 후 하루 한 시간씩은 동료들과 함께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며 "땀 흘린 만큼, 노력한 만큼 결과를 일궈낼 수 있다는 점이 마라톤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조 반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선박의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수많은 시스템장비들을 시운전하며 테스트하는 일을 15년째 맡고 있다. 선박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능ㆍ기능ㆍ동작ㆍ방향 등 모든 기능을 사전에 숙지 및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 꼼꼼한 성격과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조 반장은 "온 정성을 쏟아 선박 곳곳을 살핀 후 완성된 배가 바다로 나가면 마라톤 결승선을 끊는 자신의 모습이 생각난다"며 "건강 회복은 물론 현장 리더로서 한발 물러설 때와 한발 앞서 나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조 반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를 넘어 '서브스리' 100회를 달성하는 것. 거친 풍랑을 만나도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배처럼 그의 도전도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