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무슨 수가 있을까

제4보(49~62)


흑49는 행마의 요령이다. 계속해서 흑51로 응수를 타진한 수순도 지금이 타이밍이다. 흑53, 55는 백의 포위망을 물어뜯는 수순. “의외로 포위망이 견고하다. 뚫리지 않을 것 같다.”(송태곤) “그렇지도 않아. 수가 있을 거야.”(양재호) “수가 전혀 나지 않으면 백의 승리가 굳어질 겁니다. 하지만 척 보니까 수가 날 것 같군요.”(김성룡) “완벽하게 백의 집이 되지는 않겠지. 백으로서는 약간의 출혈은 각오해야 할 거야.”(김승준) 먼저 송태곤이 백62로 참고도1의 백1에 나오는 가상도를 만들었다. 흑이 2 이하 14로 움직여도(백11은 4의 자리) 백15로 가만히 기어나오면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정말 이 코스로 진행된다면 백의 대승이다. 김성룡이 참고도2의 흑8로 빳빳하게 나오는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승준이 말했다. “그 수가 있기는 있지. 하지만 백이 3점을 내주고 13으로 손질을 하면 백 3점은 그야말로 잔돈에 불과해.” 검토진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 모니터 화면에 백62가 떴다. 이세돌이 그냥 따내는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세돌이가 오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군.”(김승준) 신성건설팀의 루이, 목진석, 김승준, 양재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제일화재의 송태곤, 안달훈, 김지석, 김혜민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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