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乳)제품 업계 라이벌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발효유 `불가리스 vs 불가리아' 상표 논쟁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1년 `불가리스' 출시이래 발효유 시장의 `큰손'을 굳혀온 남양유업이 최근 매일유업의 `불가리아' 출시에 대해 "상표 혼동을 일으킨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 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상표 논쟁이 불붙은 가운데 주한 불가리아 대사가 기자간담회를 갖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매일유업이 지난달초 정통 불가리아 유산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불가리아를 내놓자 불가리스와 상표명 등에서 혼동을 일으키고 불가리스의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판매ㆍ광고 금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남양유업으로서는 발효유산균 프리미엄 제품임을 내세워 하루 평균 55만개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는 자사의 롱 런 히트상품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공세적 자세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불가리아 국영기업 LB불가리쿰사와 불가리아 정통 유산균 불가리쿠스와 서머필러스를 독점 공급받기로 하고 불가리아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은 만큼 불가리아라는 상표명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남양유업의 자세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역공을 취해왔다.
이런 가운데 알렉산더 사보프 주한 불가리아 대사가 오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국 국영기업이 매일유업과 20년 동안 유산균 수급 독점계약을 체결한 사실을전하면서 매일유업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앞서 사보프 대사는 지난달초 매일유업이 충남 청양공장에서 불가리아 제품 출시행사를 열었을 당시 참석한 바 있다.
업계는 따라서 사보프 대사의 간담회를 이번 논쟁의 2라운드 서곡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양사의 장외 힘겨루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번 간담회가 미칠 영향이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불가리아 대사관측 관계자는 "사보프 대사가 간담회에서 밝힐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매일유업이 불가리아와의 관계에서 정통성이 있다는 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불가리스라는 이름짓기는 89년부터 시작됐고 당시 유산균 중 하나인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라는 데서 일부 연원한 것"이라며 "당시 불가리아라는 나라명은 고려하지 않았고 그것과는 관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불가리스는 독일 다니스코사의 유산균 원균을 사용하고있다"며 불가리아라는 나라와 연관지어 공세를 펴는 매일유업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측은 "우리의 불가리아 상표명 사용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최근 불가리아 제품 판매 증가와 함께 사보프 대사의 간담회 계획이 `호재'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고무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