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5일 노무현 신정부 출범 이후 앞으로의 진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가 뒤따르면서 현재로선 그 파장이 언제, 어떤 형태로 표출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신정부 성격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한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며 “여권과의 구체적인 관계 설정방식 등은 추후 강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정부의 풍향을 엿볼 수 있는 첫 실험대가 특검법안이 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민주당내 신ㆍ구주류간 힘겨루기 등 복잡한 양상으로 얽혀든 사안인 만큼 이를 통해 노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방향, 대야관(對野觀) 등을 비춰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 대통령의 진보적 성향에 비춰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중심축이 보수와 혁신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핵 사태, 대북 비밀송금사건, 주한미군 재배치 등 대북, 대미관계를 둘러싸고 보혁 세력간 첨예한 이념적 대립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핵심 당직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수구보수` 이미지에서 탈피, `합리적 중도보수` 색채를 강화해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하면서 당의 지지층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념적으로 신정부와 대립각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이념편향은 파괴에만 몰두해 국민 고통이 가중되는 일이 많다”면서 “이념 우선의 사회가 되면 이념 구현이라는 명분하에 모든 분야가 권력에 종속돼 집권세력이 독선과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SK 등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도, 단순한 재벌 길들이기 차원을 넘어 이념적 지향성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또 신정부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불안감과 경제 위기설 등의 향배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종희 대변인은 신정부 출범 논평에서 “원내 제1당으로서 행정부에 대해 준열히 비판하고 견제도 하겠지만 때론 흔쾌히 협조해 가면서 온 국민이 갈망하는 성숙한 정치문화를 꽃피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신정부에 대해 국회 다수의 힘을 토대로 사안별로 강온전략으로 맞서겠다는 의미다.
한 당직자는 “우리 당이 내달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건전한 보수세력을 결집하는 정책정당, 민주정당으로 거듭나면 내년 총선 승리와 함께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 일각에서는 빠르면 올해부터 내각제 개헌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