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도 "자금 미리 확보하라" 올들어 회사채 발행 750억弗 넘어

■ 해외에선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으로 연내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낮은 금리가 보장되는 상반기에 자금을 우선 확보하려는 양상이 완연하다. 이미 1주일이 갓 넘은 시기에 미국 및 유럽에서 발행된 회사채 물량은 75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저금리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채권 발행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채권시장 볼륨이 급증한 배경이 금융시장의 정상 회귀에 따른 수급활성화였다면 올해는 금리차를 겨냥한 공급확대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특히 위험도가 높은 정크본드가 고금리를 배경으로 주력 투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첫 주 상황을 살펴볼 때 회사채 시장은 금융위기가 발발하지 않았던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업과 정부들이 금리인상에 앞서 새해 벽두부터 수백억달러의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통상 기업들은 어닝시즌에 앞서 투자자금이 넉넉한 연초에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분위기는 그 이상"이라며 "회사채 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어 이 같은 회사채시장의 활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평했다. 실제 지난주 미국 채권시장에서도 GE캐피털ㆍ리요드은행그룹 등이 각각 40억달러 이상의 자금조달에 나서며 하루 거래 물량이 역대 2위를 기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특히 금리차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큰 정크본드시장은 완연한 랠리에 접어들었다. 정크본드시장은 지난 2년 이상 고사상태를 보여왔으나 지난해 말부터 자금이 돌기 시작하며 당분간 회사채 랠리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받고 있다. 빚이 많아 부도 위험도가 큰 기업들이 발행하는 만큼 이율이 높아 다가오는 금리인상 리스크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올해 유럽 정크본드 발행물량이 약 500억유로에 달하며 전고점인 300억유로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또 이번주 유럽 정크본드시장에서 올해 발행 예상 물량의 15%인 57억달러가 조달될 것으로 평했다. 보리스 오쿠리어 UBS 유럽대출시장 담당 공동대표는 "투자이익을 향유하고 고금리를 통해 금리인상 리스크를 줄이고자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부적격등급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 "투자수요가 모이며 풍부한 유동성이 매력적으로 부상하고 있어 결국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미국에서도 4개 정크본드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에도 불구하고 23억7,000만달러의 정크본드가 발행에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채무연장이 쉬워지면서 투자자들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위험도가 없는 미 국채와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10.9%에서 새해 첫주에는 9.17%로 개선됐다. 정크본드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지난 2008년 12월 중순 44.29%에 달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말까지 정크본드의 디폴트율이 6~7%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무디스도 4.3%까지 내려갈 것으로 평가하는 등 투자부적격채권의 위험도도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세를 넘어서는 신용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금리가 실질적으로 오르게 되면 고정금리인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오기도 했다. 고든 포러 글랜메드운용사 대표는 "위험도가 낮은 국채나 우량 회사채의 경우 금리 리스크에 비해 스프레드가 낮아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금리인상으로 올해나 내년에 채권 수익률이 오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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