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북경협 부산한 움직임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3차 방북과 박상희 기협중앙회장이 이끄는 중소기업 방북조사단의 귀국으로 남북경협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대북임가공사업을 해오던 중소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던 민간의 남북경협에 중소업계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95년부터다. 이전에 93년 양지실업, 94년 이랜드등이 실행에 옮기기는 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하지만 95년 들면서부터 녹십자가 협력사업 승인을 받고 홍진크라운, 글로벌예스, 삼구교역, 금강제화등 10여개 업체가 본격적으로 대북경협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4월 기존에 협력사업자 승인업체에 한하던 북한 수시방문제도를 대북경협을 원하는 모든 업체에도 허용하면서 중소업체의 방북이 잇따랐다. 6월 제일물산, 동원정밀등 전자조합 회원사, 11월 모니터업체인 성남전자공업 그리고 최근의 에이스침대 기술진 방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95년이후 지금까지 남북경협에 참여한 중소업계는 대략 40여개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이 대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싼 인건비때문이기도 하지만 임가공사업의 경우 특별한 시설투자가 필요치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올들어 중소업체의 대북경협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 징후로 볼 수 있는 것이 위탁가공 교역량의 감소다. 통일부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위탁가공 교역은 616만3,000달러로 지난해 756만6,000달러보다 18.5% 감소했고 지난달에 비해서는 2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물품을 반입한 업체도 줄었다. 올 협력사업자 승인업체는 지난해보다 3곳이 줄어든 12개 회사뿐이었다. 특히 지난해 임가공을 수행했던 43개 업체중 절반에 가까운 20개 업체가 반입을 중단했다. 이처럼 민간의 대북경협이 위축된 데에는 물류비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북한에 부품등 임가공에 필요한 물자를 보내고 완제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을 경유해야만 한다. 아직 남북간 직통로가 개설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우 북한의 싼 인건비가 별다른 장점으로 부각될 수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오히려 인건비를 줄이려다 물류비가 더 드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가공에 필요한 물량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실물경제가 말이 아니고 실업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나마 남은 일감마저 북쪽으로 넘긴다면 남한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임가공된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기술자나 검사관이 나가 있어야 하지만 이는 북측에서 탐탁히 여기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대로 경협이 이루어진다면 불량품이 나오더라도 업체에서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기 방북조사단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업계대표들이 판문점내 물품교환창고 설치, 대북진출업체에 대한 규제완화, 남쪽 기술자의 북한 상주허용, 투자의 안전성 보장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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