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사진) LS산전 회장이 매년 3월 8일마다 챙기는 일이 있다. 바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 임직원들에게 선물을 선사하는 일이다.
8일 LS산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올해 '세계 여성의 날'에도 여성 임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LS산전 여성 임직원 500여명에게 '떡'을 제공한 것. 올해는 '세계 여성의 날'이 일요일이어서 떡 선물 상자는 지난 6일 전달됐다. 당초 여성 부서장 등 일부 여직원들에게 구 회장이 직접 떡 상자를 선물하면서 덕담도 건넸지만 올해는 대통령 중동 순방 일정에 합류하면서 임원들이 회장을 대신해 전달 행사를 가졌다.
LS산전 여직원들이 '세계 여성의 날'마다 초콜릿이나 떡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 구 회장은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며 이 행사를 시작했다.
올해로 5년째 이어져 오면서 여성의 날 행사는 LS산전만의 특별한 기업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예년에는 초콜릿과 쿠키 등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다과를 선물했지만 지난 해부터는 '건강식으로 하자'는 구 회장의 배려에 따라 떡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자 겉면에 써진 구 회장의 친필 편지 글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 우리 모두가 더욱 밝게 빛납니다. 당신이 있어 세상이 더욱 환하게 빛날 것입니다. 당신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라고 사인까지 덧붙였다.
LS산전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각 가정으로 보낼 때 필요한 송·배전(送·配電) 장비와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국내 1위 업체로, 전체 직원 3,800여명 가운데 남성 직원이 85%에 달한다. 남성 중심의 딱딱한 조직 문화로 자칫 여성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이 몸소 여성 임직원 챙기기에 나서면서 LS산전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구 회장의 소통 경영 행보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매년 초 과장 승진자와 배우자, 그 가족들을 초청해 승진을 축하하는 행사도 갖고 있다. 이 행사 역시 2011년 구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돼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월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올해 과장으로 승진한 직원과 배우자, 가족 등 100여명을 초청해 '스마트 워킹, 해피 라이프(Smart Working, Happy Life)' 행사를 열었다. 본사, 연구소와 청주, 천안, 부산 등 전국 사업장 과장 승진자는 물론 CEO인 구 회장, COO(최고운영책임자) 한재훈 사장, CHO(최고인사책임자) 박해룡 상무 등 주요 임원 역시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임직원 가족 모두가 승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자균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화제가 됐던 드라마 '미생(未生)'을 유심히 시청했는데 얘기해 보면 다들 자신이 '오 차장'이라고 하더라"고 말하면서 회사에서 '완생(完生)'이 되기 위한 포인트로 전문성과 소통능력, 개인가치의 창출 등 3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해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언더스탠드(Understand)'를 재해석하며 "항상 아래(Under)에 서서(Stand) 경청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조직의 허리 역할을 맡은 과장은 물론 모든 구성원들이 이 같은 소통의 자세를 지니는 스마트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축하 행사는 만찬에 이어 승진자가 배우자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노래와 편지, 장미꽃을 선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처럼 소통 경영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구 회장은 "제조업 특유의 인적 구성상 조직문화가 딱딱해질 수 있어서 유연하면서도 언제라도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소통 경영을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여느 경영자와 달리 교수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도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려대와 국민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10년 넘게 강단에 섰으며 지난 2005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구 회장의 소통 경영 덕분인지 이 회사의 이직률은 4%로, 제조업 평균(1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출도 2011년 2조709억원에서 지난해 2조2,940억원으로 10%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