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진앙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은행까지 벌(은행세)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인도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사진) 미 시카고대 교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주도하고 있는 은행세(bank levy)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전세계에 적용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라잔 교수는 지난 3월 다보스포럼에서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금융개혁이 보호주의를 초래해 경기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하며 다보스의 스타 경제학자로 부상했다. 오는 7월7~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0'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하는 라잔 교수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금융개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투자은행 등에 대한 규제는 정치적인 해법보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동산정책에 매몰되는 오류 시정, 투자자의 직접적인 은행 리스크 관리, 은행 이사회의 책임 강화 등 3단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잔 교수는 미국 금융개혁 3단계 해법과 관련해 우선 미국 정부가 주택 관련 정책을 금융위기 극복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접근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구제금융이 발생한 기업이나 은행 주식의 상당량이 가치를 잃도록 해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기업과 은행들의 리스크 경영행태에 제약을 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실패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규제 당국이 압박을 가할 것을 주문했다. 라잔 교수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부유세를 걷는 방안보다는 생산역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잔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것보다 빈곤층에게 교육ㆍ의료ㆍ금융ㆍ인프라 등의 투자를 통해 생산역량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위안화 절상에 대해 라잔 교수는 "위안화 절상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지 못할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은 중국 경제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라잔 교수는 한국과 인도 관계에 대해 "두 나라는 공통적인 경험과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무역과 우호관계에서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교육ㆍ인프라 구축 등에 한국이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라잔 교수는 서울포럼 첫날 'G20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후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 교수, 판강 중국국민경제연구소장, 성태윤 연세대 교수, 마누 바스카란 센테니얼그룹 싱가포르 경제연구소 대표 등과 토론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