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장쉬의 한국식 발상

제4보(45~60)


흑51로 가만히 이은 수에 대하여 지나친 온건책이라고 말하는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실전의 흑51은 최선이었다. 좀더 과감하게 둔다면 참고도1의 흑1로 차단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것이 잘 안 된다. 백이 8로 좌상귀를 살리면 흑은 9로 크게 씌워야 하는데 백10 이하 16으로 사방에서 이용당하여 흑은 백 3점을 잡고서 망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위빈이 57로 뛰었을 때 검토실의 최규병 9단은 장쉬가 참고도2의 백1로 중앙을 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것이면 흑은 2로 붙이게 되고 필경 흑6까지의 절충이 될 터인데 그때 반상최대의 자리인 백7을 차지하면 백이 전반적으로 앞서는 바둑이라는 논평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서봉수가 말했다. “그 코스로 백이 충분하지. 그리고 그런 식으로 두는 것이 일본 기사들의 스타일이야. 일본식 착상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장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그 친구는 어느 편이냐 하면 한국식에 가깝단 말이야. 힘으로 화끈하게 밀어붙이기 쉬워.” 백전노장인 서봉수 9단의 예측이 적중했다. 장쉬는 백58로, 계속해서 60으로 죽죽 밀어붙였다. 백60까지 두어졌을 때 검토실에 장쉬의 아내 이즈미가 들어섰다. 루이 9단, 장주주 9단과 함께였다. 진행을 확인하고 난 이즈미는 적이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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