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손자병법] 보이는 곳까지만 보내라

故形兵之極 至於無形 無形卽深間不能窺 智者不能謨 因形而措勝於衆 衆不能知(고형병지극 지어무형 무형즉심간불능규 지자불능모인형이조승어중 중불능지). ‘고로 군대 운영의 극치는 무형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무형의 경지는 적의 간첩이 깊숙이 침투해도 아군의 허실을 알아차릴 수 없는 정도의 상태다. 지혜로운 적이라 해도 모략이 불가능하다. 적의 진형을 이용해 승리를 해도 병사들은 어떻게 이겼는지 알지 못한다.’ 바둑에서 항상 똑같은 모양의 포석으로써는 이길 수 없다. 상대방의 모양에 따라 수시로 알맞게 대처하는 묘수 같은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석을 무시하면 눈앞의 이득은 취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세를 그르치게 된다. 그래서 ‘정석 없는 정석’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에서도 대세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정석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보이는 곳까지만 쳐라”라고 하는 금언은 늘 기억하며 음미해볼 가치를 가졌다. 이는 코스 매니지먼트에서는 골프스윙 입문 때 배운 “헤드업 하지 마라”는 말과 중요도가 동급이라 할 만큼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다수 골퍼들은 홀의 형태와 상관 없이 파4나 파5홀에선 무조건 드라이버 티샷을 고집한다. 좌우로 휘어지거나 언덕이 있어 공략 지점이 보이지 않는 홀에서도 마치 ‘의무 사항’인양 드라이버를 뽑아 들고 선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숲을 넘겨 최단거리로 보내겠다는 전략과 달리 슬라이스나 훅이 나면서 깊은 산 속으로 날려버리기 일쑤다. 혹은 속칭 ‘막창 OB’가 나기도 하고 보이지 않았던 벙커나 워터해저드에 빠지기도 한다. 미국 PGA투어에서 뛰는 최경주 선수도 가끔 아이언으로 티샷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컨드 샷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거리를 남기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보이는 곳까지만 치겠다’는 냉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통 18홀 라운드 도중 드라이버를 14번쯤 잡는데 이는 단순한 산술적 수치이지 의무적인 횟수는 아니다. 물론 드라이버 샷이 아주 잘 돼서 단거리로 가거나 장애물을 멋지게 넘길 때는 묘수를 떠올렸을 때처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석을 지켜갔을 때는 안정된 스코어라는 더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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