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신흥국 국채로 돈 몰린다

공격적 투자심리 살아나… 1분기 하이일드 채권 발행량 사상최고치


공격적 투자심리가 완연히 살아나 정크본드 및 신흥국 국채 투자가 당분간 전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 가열되기 시작한 글로벌 정크본드 발행 물량은 올 1ㆍ4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 신흥 아시아 국채의 외인 투자 비중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그리스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리스크 우려도 정크본드 시장의 열기를 막진 못했다. 같은 클래스 내에서 위험도가 큰 만큼 이율이 높아 다가오는 금리 인상 리스크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투자 적격등급 이하인 기업들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정크본드 발행이 올 1분기에 678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정크본드 발행 물량도 383억 달러에 달하며 지난 2006년 11월의 360억 달러를 돌파,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해 하이일드 등급 채권 발행은 총 1,760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2위를 달성했는데 올해 들어서도 발행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정크본드 발행 물량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역사적 저금리로 저리 대출이 가능한 투자자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앞다퉈 위험 선호 투자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지난 10여 년간 투자에 나섰던 사모펀드의 회사채 만기가 2012~2014년에 집중되고 있어 재상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다른 이유로 평가됐다. 피터 액시버티 JP모건 하이일드 투자 전략가는"하이일드 시장의 투자 상황이 최적의 투자 환경을 뜻하는 '골디락스'장세를 거의 방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ㆍ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5.6%에 달하며 기업 이익이 늘고 있는 점도 이들 기업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FT에 따르면 고위험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도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치인 14%에서 올해 5%로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 정크본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이미 지난 1년 기준 60%로 급증했다. 존 코키노스 뱅크오브아메리가(BoA)ㆍ메릴린치 정크본드 시장 담당 수석도 "기업들의 리파이낸싱(기존 채무상환-재발행)이 몇 년간 테마가 될 것"이라며 "경제가 회복 기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금리는 최저 수준이어서 머니마켓펀드(MMF)로부터 투자자들이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정크본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했다. 선진국 국채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아시아 국채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료를 인용해 "아시아 국가들이 경기회복을 선도하는데다 해당 통화의 평가절상 등에 따라 외국인 자본유입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럽에 이어 미국의 재정적자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있는 점도 아시아 국채의 상대적 인기를 높여주고 있다. ADB은행의 보고서는 아시아 국내 투자자들과 해외 투자자 모두 현지 국채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편입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 동아시아 국가의 총 국채 유통 물량은 지난 2009년 말 4조4,000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보다 16.5% 올랐다. FT는 몇몇 전문가들이 여전히 정크본드 시장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경기 상승기가 계속된다면 금리가 오른다 해도 이 같은 투자가 선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외국인의 국채 투자가 늘어나면 높은 유동성에 기반해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도 상존한다"며"올해와 내년 중국 발행 물량의 급등세가 지속될 지 여부가 지역 전체 국채 투자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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